증시 불확실성 증가…길 잃은 뭉칫돈 '대기 중'

투자자예탁금 등 증시 대기자금 증가
'눈치보는' 자금, 파킹형 ETF에서도 확인돼

변동성이 커진 증시에 투자를 망설이는 뭉칫돈이 쌓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시장의 예상보다 견조한 경제지표로 인해 금리 인하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 증가로 증시 대기 자금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월초부터 증가 추세로 전환했던 투자자예탁금이 약 56조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 역시 상승 추세를 보이며 79조9000억원으로 집계됐고 개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과 법인 MMF 설정액은 연초 대비 각각 8000억원, 27조6000억원 증가했다. 불확실성을 잠시 피하면서도 새로운 투자처 발견 시 즉각 대응하기 위한 단기성 자금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예상 금리 인하 횟수를 3회로 유지하며 시장은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환호했다. 그러나 이후 발표된 경제지표는 미국의 견조한 성장을 계속해서 지지했고 금리 인하 기대감은 점점 줄어들었다. 4일 닐 캐시캐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수도 있다고 발언하며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은 현재 시장의 주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은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3월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파킹형 ETF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ETF는 개인이 1507억원을 사들여 순자산총액(AUM) 약 7조8000억원을 기록, 개인 순매수 대금 상위 ETF 중 2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도 670억원의 개인 순매수 대금을 기록하며 상위 10개 종목 안에 이름을 올렸다.

파킹형 ETF란 양도성 예금 증서(CD), 한국 무위험 지표 금리(KOFR) 등 초단기 채권의 금리를 일할 계산해 복리로 반영하는 상품을 말한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파킹형 ETF의 활용을 통해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며 "파킹형 ETF의 포트폴리오 편입으로 시장 변동성이 높은 구간에서 최대 손실 폭을 줄여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킹형 ETF를 매수하면 은행의 파킹통장처럼 하루만 돈을 넣어도 이자를 수취할 수 있다. 최병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파킹형 ETF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증시가 약세일 때 잠시 쉬어가는 '주차 공간'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은행 파킹통장 대비 파킹형 ETF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한도액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킹통장은 대부분 수천만 원 이내의 한도를 가지고 있어 대규모 금액을 운용해야 하는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도 이는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자본시장부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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