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길을 걸으며 전화 통화를 하던 여고생을 무차별 폭행하고 살해하려 한 50대가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4일 전주지법 제11형사부(김상곤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51)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28일 오후 10시께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인도에서 길 가던 B양을 넘어뜨린 뒤 둔기와 손발 등으로 10여분 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폭행 후 가방끈으로 B양을 목 졸라 살해하려고 시도했다가 주변을 지나던 행인의 제지로 범행을 멈췄다.
A씨는 체포 이후 범행 동기에 대해 "통화하는 여고생의 웃음소리가 기분 나빠서"라고 말했다. 수사 과정에서도 같은 진술을 펼치면서도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죽여버릴 마음에 범행했으나 학생이 '잘못했다'고 해서 목에서 가방끈을 풀어줬다"면서 스스로 범행을 멈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양과 목격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볼 때 당시 A씨에게 살해 의도가 명백히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무런 관계도 없고 거리에서 통화를 하는 나이 어린 피해자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범행을 행했다"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또 "게다가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범행을 유발했다', '나도 피해자에게 피해를 봤다', '목을 조르지 않았다면 제압할 수 없었다'는 진술을 해 범행을 인정하거나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이 사용한 범행 도구의 위험성과 수법, 지속 시간 등을 고려할 때 목격자가 범행을 제지하지 않았다면 피해자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면서 "피해자가 범행으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1심 판결 후 검찰은 "형량이 낮다"며 항소했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전주지검 형사2부(황성민 부장검사)는 "피고인의 범행이 매우 중대하고 동기에도 참작할 만한 점이 없다"며 "죄에 상응하는 더 중한 형의 선고를 구하기 위해 항소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