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경기부진에 지난해 가계 여유자금 50.8兆 감소

자금 운용 위축에 수익도 줄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여유자금이 50조원 넘게 줄었다. 고금리 여파와 경기 부진 탓에 가계 소득 증가세가 둔화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4일 공개한 '2023년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은 158조2000억원으로 전년(209조원)보다 50조8000억원 줄었다. 순자금 운용액은 해당 경제주체의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으로, 경제 주체의 여유자금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진우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 이자 비용이 늘어났고, 전반적으로 부진한 경기가 지속돼 이를 반영한 전체적인 소득 증가율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자금운용액은 2022년 283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194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여유자금 감소로 예치금, 채권 등 모든 상품의 운용 규모가 축소됐으며,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운용은 감소세로 전환했다. 고금리에 금융활동 자체가 위축돼 금융자산 운용에 따른 수익도 줄었다. 정 팀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금융활동이 굉장히 활발했다가 정상화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가계 자금조달액은 36조4000억원으로, 예금취급기관 차입이 줄어들면서 전년(74조5000억원)보다 38조1000억원 줄었다. 주택자금 관련 대출의 증가세에도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가계 신용대출과 소규모 개인사업자 대출 등 기타대출이 축소된 영향이다. 한은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금은 1년 사이 51조원 늘었으나, 기타대출금은 32조5000억원 줄었다.

비금융 법인기업(일반기업)의 경우 작년 순조달 규모가 109조6000억원으로 전년(198조1000억원)보다 88조5000억원 축소됐다. 금융기관 예치금, 채권 운용이 순처분으로 전환되고 해외직접투자도 줄어들면서 자금운용액(30조8000억원)이 감소했고, 금융기관 차입 및 채권 발행 등을 중심으로 자금조달액(140조4000억원)도 줄었다. 운용 규모의 경우 통계 편제 이후 최저치, 조달규모는 2017년 이후로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조달비용 증가, 해외직접투자 축소, 매출 부진 등의 영향이 컸다.

일반정부의 경우에도 순자금조달 규모가 1년 사이 24조원에서 13조원으로 축소됐다. 정부 지출이 수입보다 더 많이 감소함에 따라 국채를 중심으로 줄어든 것이다.

경제금융부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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