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기자
서울 강동구갑에서는 두 여성 후보가 격전 중이다. 공교롭게도 두 후보는 비슷한 점이 많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변호사, 전주혜 국민의힘 후보는 판사 출신이다. 둘 다 뿌리가 법조계다. 출생 지역도 각각 전북 순창군과 광주광역시로 인접해 있다. 진 후보는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원내에 입성해 20·21대 강동구갑 의원직을 지냈다. 전 후보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비례대표로 의정활동을 시작해 지난해부터 강동구갑 당협위원장으로 지역구를 다져왔다. 강동구갑 지역 주민들은 두 후보의 선거전을 두고 '막상막하'라고 평가한다.
지난 29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일대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어느 한쪽의 승리를 점치다가도 금세 "모르겠다"고 말을 바꿨다. 명일전통시장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조 모 씨는 "그래도 이번만큼은 바꿔보자는 생각"이라며 "전 후보는 TV에 많이 나왔고, 며칠 전에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이랑 우리 가게에도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근데 진 후보가 계속해왔기 때문에 모르겠다. 진 후보는 말 그대로 옆집 아줌마처럼 편안한 의원"이라며 아리송한 선거 분위기를 전했다. 근처 상가에서 만난 안 모 씨(74)는 "나는 진 후보를 밀어주지만, 될지 안 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며 "완전히 반반"이라고 총선 결과를 전망했다.
지역구 투표를 자신의 정당 지지 성향에 따라서 하겠다는 유권자도 종종 있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다가 3년 전 고덕동으로 이사 왔다는 도모 씨(76)는 "민주주의는 정당 정치니까 정당을 뽑아주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정치 데모를 한 집단이지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60~70대는 무조건 우파를 찍는다"고 덧붙였다. 고덕동에 거주하는 다른 유권자 김모 씨는 "지금 윤 대통령이 하는 걸 보면 국민의힘을 찍어줄 수 없다"며 "양평에 고속도로 길도 마음대로 바꿨다"고 강조했다.
지역에서 만난 젊은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 유독 변수가 많다고 분석했다. 본인을 '강동구 토박이'라고 밝힌 박 모 씨(26)는 "박빙이긴 한데 지역구가 변동된 게 하나의 변수"라며 "인구수 조정으로 길동이 떨어져 나가면서 (진 후보에게) 살짝 더 불리한 상황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래도 정권 심판론이나 이런 게 강해져서 선거 막바지로 가면 다시 진 후보가 좀 더…"하고 말끝을 흐렸다. 앞선 유권자들의 말처럼 누구의 승리도 담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그는 "진 후보가 오기 전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이곳에서 승리했었다"며 "진 후보가 처음에 이길 때도 표 차이가 3% 정도로 크지 않은 차이로 이겼다"고 했다. 실제로 제20대 총선에서 진 후보는 43.79%를 득표해 당시 새누리당의 신동우 후보(40.98%)에 2.81%P 앞선 신승을 거뒀다.
4살 때부터 상일동·명일동 일대에 거주했다는 김모 씨(23)는 "민주당이 우세인 동네이긴 했는데, 최근 유세하는 것 보면 보수가 더 공격적인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진 후보가 이 동네에 오래 공을 들여서 별다르게 밉보인 게 없으면 표를 받을 것 같다"면서도 "관건은 '새 주택단지에 어르신과 젊은 보수 지지자가 얼마나 들어왔느냐'일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제가 학원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건 예전에는 마을 느낌의 정체성을 가진 주민이 많았는데, 요즘엔 확실히 '신축 아파트 거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이 커진 것 같다"며 "학구열이 높은 학부모를 자주 만난다"고 말했다.
앞서 일부 유권자들은 진 후보의 '지역구 프리미엄'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최근 강동구 지역 표심은 보수 세가 강해진 흐름이다. 지난 2022년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는 강동구에서 51.27%를 득표해 44.43% 득표에 그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6.84%P 차로 따돌렸다. 강동구갑 유권자들로 범위를 좁히면 표 차는 더 커진다. 관외 사전투표를 제외한 강동구갑 주민의 대선 투표 결과는 윤 후보는 53.41%, 이 후보는 42.69%였다.
강동구갑의 최우선 과제로는 두 후보 모두 '교통'을 꼽았다. 특히 'GTX-D 강동구 유치 확정'을 두고 서로 "우리가 했다"고 말했다. 전 후보 측은 "GTX-D가 강동구를 경유하도록 결정된 건 강동구청장과 당협위원장이 협업한 덕분"이라고 밝히며 이를 가장 큰 성과로 내세웠다. 이에 진 후보 측은 "4년 전에 저희가 먼저 공약했던 것이었다"며 "저희는 공약을 이행해서 이제 고덕역으로만 가져가면 되는 건데 황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 후보는 '경전철 신설 사업'을, 전 후보는 '5·8·9호선 증차'를 또 다른 교통 공약으로 냈다.
진 후보는 교통 문제 다음으로 '제2 강동구청 설립'을 내세웠다. 진 후보 측은 "현재 강동구청이 강동구와 송파구의 경계에 있다"며 "새로 생긴 고덕비즈밸리에 강동구의 경제관련국 3개국을 옮겨서 경제 청사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그러면 기업들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 후보는 '복합 문화 인프라 확충'을 강조했다. 전 후보 측은 "이미 강동구청 옆에 다른 건물을 임대해서 같이 쓰고 있는데 새로 지을 필요가 있냐"며 "강동구는 '베드타운'이기 때문에 차라리 공원을 짓고 문화·체육 시설을 늘려서 주민들이 여가를 즐기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면서 "체육관을 짓고, 명품 학군 특화 거리를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