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신세서 전기차 시장 '황태자'로…韓 원통형 배터리 전성시대 [보죠, 배터리]

LG엔솔 46파이 배터리
올해 8월 오창서 양산
삼성SDI·SK온도
북미 중심 개발·양산 계획

편집자주'보죠, 배터리'는 차세대 첨단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배터리 산업을 들여다보는 연재물입니다. 배터리 제조 생태계를 차지하려는 전 세계 정부·기업의 기민한 움직임과 전략, 갈등 관계를 살펴봅니다. 더 안전하고, 더 멀리 가는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기술 경쟁도 놓치지 않겠습니다. 독자, 투자자들의 곁에서 배터리 산업의 이해를 보태고 돕는 '보조' 기능을 하려고 합니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배터리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46파이(지름46㎜)' 원통형 배터리가 올해 국내 양산을 시작한다. 테슬라를 시작으로 GM·BMW·벤츠 등 완성차가 앞다퉈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대에 '계륵'으로 전락했던 배터리 폼팩터(외형별 분류)인 원통형이 다시 배터리업계의 '황태자'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日 파나소닉, 북미서 앞다퉈 원통형 양산

27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8월 충북 청주 오창에너지플랜트에서 4680(지름46㎜·길이80㎜) 원통형 배터리를 양산한다. 해당 라인의 생산 규모는 연산 9GWh가량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어 내년 하반기 미국 애리조나 단독 공장에서 원통형 배터리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애리조나 공장은 생산규모가 36GWh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 1GWh는 전기차 1만2000대에 들어갈 수 있는 양이다.

삼성SDI는 2025년 초 미국 GM과의 합작공장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최근 주총에서 "(GM과의 합작 공장은)각형과 원통형을 동시에 양산하는 것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구체적 규격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년 초 양산하는 배터리는 46파이 원통형이 될 가능성이 있다.

SK온은 그간 원통형 배터리 개발·양산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올해 초 원통형 배터리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지난 1월 CES현장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해 온 지는 꽤 됐다"며 "고객마다 요구하는 사양이 달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3가지 폼팩터를 다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간 원통형 배터리의 강자로 군림한 파나소닉은 미국 네바다주에 이어 캔자스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이곳에서는 2170(지름21㎜·길이70㎜)배터리를 양산할 것으로 보이는데 초기 생산 능력은 30GWh 규모로 내년 3월 가동이 목표다. 이 공장에는 40억달러(5조3500억원)를 추가 투자해 생산 라인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나소닉이 증설을 결정한다면 4680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에서 직원이 왼쪽부터 차례대로 21700, 18650 원통형 배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규격화된 원통형 배터리, 생산 효율·안정성 ↑

원통형 배터리는 일상에서 흔히 쓰는, 전통적인 모양의 배터리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기차엔 주로 각형과 파우치형 배터리가 들어갔다. 원통형 배터리는 표준화된 규격과 낮은 제조원가 덕분에 휴대폰, 전동공구 등에 주로 쓰였다. 원통형 배터리를 여러 개 넣으면 사이사이 빈 공간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는 '계륵' 취급을 받았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향상과 공간활용을 위해 공간에 꽉꽉 채워 넣을 수 있는 각형,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해 온 것이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고 배터리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통형 배터리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각형, 파우치형 배터리는 브랜드, 차종별로 배터리 크기와 규격이 다르다. 반면 원통형 배터리는 지름과 길이가 정해져 있다. 일정한 규격은 대규모 공정의 안정화, 효율화에 유리하다. 배터리 공정은 공정 기술, 설비 배치 등의 조그마한 차이로 인해 양품률이 달라진다. 여기에 공장별로 만들어야 하는 배터리의 형태와 규격이 제각각이다 보니, 양품률 90% 이상을 보이는 '공정 정상화" 단계까지 평균 2~3년이 걸린다. 원통형 배터리는 이 시간을 줄여준다. 또 생산한 배터리를 특정 업체가 아닌 다수 업체에 공급할 수 있다.

전원이 끊기거나 불이 나는 등 배터리의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점도 원통형 배터리의 장점이다. 각형이나 파우치형 배터리는 하나의 배터리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전체 전원이 꺼지거나 화재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 크기가 작아 병렬 형태로 더 많이 연결된 원통형 배터리는 이런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원통형 배터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08GWh 수준에서 2025년 241GWh, 2030년 705GWh로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27%에 이른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19%(추정치)를 웃도는 수치다.

산업IT부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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