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기연, 세계 연구 현장에 국산 장비 공급한다

중진공 '수출바우처 사업' 지원으로 수출 성과
글로브박스 기술 바탕 다양한 연구장비 개발

"글로브박스, 진공증착기를 기반으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등의 연구개발 장비를 지속 개발하겠다."

이원태 대표의 말은 ‘연구 장비의 국산화’라는 고려기연의 목표를 함축한다. 1985년 유전통상으로 출발한 고려기연은 첨단 소재를 만들 때 필수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글로브박스’ 국산 1호기를 만든 기업이다. 이후 고려기연의 기술력은 국내를 넘어 세계 곳곳의 연구 현장에서 한국산 장비를 사용하게 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이원태 고려기연 대표

고려기연의 핵심은 글로브박스 제작 기술이다. 글로브박스는 수분이나 산소에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는 화합물을 취급할 수 있도록 불활성 환경을 제공하는 장비다. 배터리, 태양광 등을 연구할 때 대기 노출시 폭발 위험이 있는 물질을 안전하게 다루는 필수품이다. 고려기연은 2004년 글로브박스 100대 생산을 시작으로 2013년 누적 1000대까지 10배의 성장을 일궈냈다. 21일 이 대표는 "고려기연은 글로브박스와 진공 챔버를 결합한 장비를 맞춤형 설계·제작해 호주 시드니대학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영국의 대학에 수출했다"고 말했다.

글로브박스의 용도가 확대되면서 고려기연의 기술도 다른 장비로 확장됐다. 이 대표는 "화학물질의 합성과 연구를 위해 개발된 글로브박스가 태양광 패널, OLED 디스플레이 패널, 차세대 배터리 물질 및 핵 연구까지 용도가 확대됐다"며 "태양광과 배터리 물질 연구를 위해 글로브박스와 더불어 진공 챔버 기술이 필요한데, 이를 결합해 상용화했다"고 설명했다.

진공증착기에도 글로브박스 기술이 적용된다. 진공증착기는 물체 표면에 나노 단위의 얇은 층을 증착시키는 공정을 수행하는 장비다. 고려기연은 증착물의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분과 산소를 최소화한 글로브박스 시스템과 결합해 유·무기물을 증착할 수 있게 일체형으로 제공한다. 산소, 수분 등에 민감한 물질을 보호하는 글로브박스의 기술력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사람을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면서 검체 채취를 하는 데도 쓰였다. 이 대표는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던 바이오 글로브박스를 개발해 제약바이오기업에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브박스에 대한 전문성은 고려기연의 해외 시장 진출에 약점으로도 작용했다. 글로브박스 이미지가 너무 강해 다른 연구장비의 기술력을 가렸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태양전지, 디스플레이 제조 등의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증착 장비는 평가나 연구 결과가 좋았지만 글로브박스만큼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고려기연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수출바우처 사업’의 지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정부지원금과 기업 분담금으로 이뤄진 바우처로 원하는 서비스와 수행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해 지원받는 사업이다. 고려기연은 이 사업을 통해 두바이, 미국 등의 해외 전시회에 장비를 출품해 제품의 홍보 효과를 높이고 글로벌 수요자를 직접 만났다. 그 결과 약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해외 판매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올해에도 수출바우처 사업 참여를 통해 판매지역을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라며 "지속적으로 세계 연구 추세에 맞는 장비를 제공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중기벤처부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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