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대 점령한 외국인…韓 닮은 은퇴후 사장님·점포포화 고민[편의점 왕국 日]

외국인 노동자·로봇까지 모시기 나서
포화 시장으로 신규 출점 급감
점주 고령화도 문제

일본 편의점 업계도 고질적인 사회문제로 꼽히는 저출산과 고령화를 피해 가지 못했다. 점포 수는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지만, 정작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고령화로 점차 구매력 있는 세대의 규모가 줄어들면서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한 방안도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외국인 노동자·로봇 손 빌린다…업계의 인력 부족

일본에서는 편의점을 인력난이 가장 심각한 업종 중 하나로 여긴다. 경제산업성이 2018년 일본프랜차이즈체인협회(JFA) 소속 편의점 8사의 가맹점주 3만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점주 60% 이상이 '종업원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일단 빈 자리는 외국인 노동자가 채우는 실정이다. 실제로 도쿄 등 일본 도심 편의점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산케이신문은 도쿄 아카사카의 세븐일레븐 사례를 인용, "점포 4곳의 종업원 60명 중 90%가 외국인이고 일본인은 6명밖에 없다"며 "네팔, 중국, 베트남 등 8개국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를 배척하기보다 오히려 현장에 적극적으로 등용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도쿄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미나미 아자부 잇초메점에서 최초로 미얀마 출신 점주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2008년 유학으로 일본에 온 이후로 세븐일레븐에서 계속해서 정규직으로 일했고, 마침내 가게의 소유주 자리로 올라섰다. 그는 수도권 일본어 학교에 다니는 미얀마인 유학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등용했고, 다른 지점에서 근무가 어려울 정도로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미얀마어로 편의점 매뉴얼을 만들어 지도하는 등의 노력에 나서고 있다.

미얀마 출신으로 세븐일레븐 편의점주가 된 메이진이치쓰씨.(사진출처=세븐일레븐 재팬)

세븐일레븐의 모회사인 세븐앤드아이홀딩스는 다문화 상생을 추진하기 위한 단체를 2020년 설립했고, 편의점 업계에서도 외국인 노동자와의 상담·구제기관 마련에 나섰다. 향후 외국인 노동자의 자격 요건이 완화되면 점장이나 리더를 목표로 외국인 노동자의 경력을 지도하는 방안에도 나설 생각이다.

다만 일본도 언제까지 외국인 노동자로 인력을 충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선택한 전략은 자동화다. 훼미리마트는 2020년부터 점포 150곳에서 매장 재고를 파악하고 채워 넣는 로봇을 도입했다. 음료를 기준으로 하루에 최대 1000개를 채워 넣을 수 있는데, 이 '아르바이트 로봇' 도입 덕분에 전체 업무량의 20%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바이트 로봇이 음료수를 채우고 있다. (사진출처=TBS 뉴스)

시장의 수요를 파악한 소프트뱅크는 대만 홍하이정밀공업 등 6곳과 일본 로봇 개발 스타트업 '텔레이그지턴스'에 공동 출자를 하고 하루에 채워 넣는 음료 양을 기존의 2배인 2000개로 늘릴 수 있는 로봇 개발에 나섰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상반기부터 새로 개발된 로봇을 도입할 예정이다.

점포 포화…5060 사장님을 어쩌나

일손 부족 등의 여러 문제로 편의점 신규 출점의 장벽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기 때문에 더 이상의 출점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닛케이는 "같은 편의점 프랜차이즈 체인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가맹점주의 곤경이 가중되고 있다"며 "편의점 전체 신규 출점은 최근 5만5000곳 선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가게가 별로 늘지 않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과잉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해 문을 닫는 곳도 늘고 있다. 폐점을 공개하지 않는 세븐일레븐을 제외하면 로손은 지난해만 130곳이 폐점해 전체 매장 수는 12곳 감소했고, 훼미리마트도 128곳이 문을 닫아 전체 14곳이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들어오는 점주가 없어 기존 점주들의 연령대만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편의점 오너의 평균 연령은 53.2세로, 50대 이상이 60%를 넘고 60대 이상 점주도 30%에 달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편의점 창업에 나서는 인원 대다수가 정년 은퇴를 앞두고 시장에 발을 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경제산업성은 2019년부터 기존 편의점주가 은퇴했을 때 남은 편의점을 누가 승계할 것이냐를 고민하고 있다.

편의점업은 연령대가 높은 점주들에게 가까운 친족, 친척에게 사업을 승계하거나 오래 일한 점원에게 물려주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로손 관계자는 "최근 20~30년 편의점을 운영해온 주인 부부들을 중심으로 오래 같이해온 종업원이나 직원에게 전권을 맡기고 싶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다"며 승계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편의점 점주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편집자주‘편의점 왕국’ 일본이 편의점 과잉경쟁에 들어간 한국에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일본 편의점의 역사는 1970년대 시작해 벌써 반세기를 넘었다. 백화점은 없어도 편의점 없는 지역은 단 한 곳도 없을 정도로 점포 수도 많다. 그러나 지금은 위기 상황이다. 시장이 포화상태를 맞으며 신규 출점수는 급감하기 시작했고, 높아진 임대료와 인건비, 내수시장 위축 등의 외부 요인이 작용하면서 업계의 황금기도 저물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느새 일본 편의점 수를 추월한 한국은 과잉경쟁으로 저물어가는 일본 시장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일본의 편의점 역사와 위기 상황에 놓인 기업들의 전략들을 살펴보며 한국 편의점 업계의 생존 전략을 모색해본다.

기획취재부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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