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3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다. 전날 발표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소화하며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오는 19~2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쏠린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7.83포인트(0.1%) 상승한 3만9043.3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9.96포인트(0.19%) 내린 5165.31, 나스닥지수는 87.87포인트(0.54%) 하락한 1만6177.77로 거래를 마감했다.
종목별로는 기술주 하락이 두드러졌다. 엔비디아는 1.12% 하락했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와 애플은 각각 0.84%, 1.21% 내렸다. 웰스파고가 투자의견을 '동일비중'에서 '비중축소'로 하향한 테슬라는 4.54% 밀렸다. 이 밖에 달러트리는 실망스러운 실적과 일부 매장 폐쇄 방침 발표 후 14.2% 급락했다.
세븐즈리포트의 탐 에세이 창업자는 기술주에 대해 "펀더멘털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현재 평가가치를 정당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시장을 부정적인 깜짝 재료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시장은 전날 미국의 2월 CPI 발표 후 다음 주 열리는 FOMC를 대기하고 있다. 끈적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이션이 지속 둔화하고 있다는 추가 증거 확인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웰스인핸스먼트그룹의 아야코 요시오카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전날 나온 헤드라인 CPI 수치가 안도감을 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근원 CPI에 대한 경계감이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사람들의 바람보다 여전히 더 끈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Fed를 둘러싼 거시적인 상황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산운용사인 세인트제임스플레이스의 저스틴 오누에크우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아직 분명히 승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Fed는 다음 회의에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입장을 취하지 않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2월 CPI 상승률은 두 달 연속 전문가 예상치를 웃돌았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3.2% 올라 전망치 3.1%를 상회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8% 올라 이 또한 예상치인 3.7%를 웃돌았다. 주거비와 휘발유 가격 상승이 CPI를 끌어올렸다.
다만 시장은 오는 6월 금리 인하 전망을 바꿀 정도의 상승은 아니라고 봤다. 선물 시장은 Fed가 6월 금리 인하를 시작해 연간 0.25%포인트씩 총 세 차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70% 가까이 반영하고 있다.
투자자의 시선은 14일 공개되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매판매에 쏠린다. 2월 P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1.1% 오를 전망이다. 같은 날 공개되는 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8%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다음 주 FOMC 전 나오는 마지막 지표를 통해 Fed의 향후 금리 경로를 가늠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국채 금리는 오르는 중이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3bp(1bp=0.01%포인트) 상승한 4.19%,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bp 오른 4.63%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제유가는 3% 가까이 급등하며 4개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16달러(2.8%) 오른 배럴당 79.72달러, 브렌트유는 2.11달러(2.6%) 상승한 84.0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원유 재고 감소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석유시설 여러 곳을 드론 공격했다는 소식이 유가를 밀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