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필기자
창사 이래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한 쿠팡의 성장 밑거름은 국내 수많은 중소상공인이다. 쿠팡이 6조원 이상을 투입해 구축한 로켓 물류망에 우수 중소기업들이 올라타면서 동반 성장을 이룬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지난해 3월 도입한 로켓그로스 이용 중소상공인 수는 1만2000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로켓그로스는 쿠팡에 입점한 중소상공인들에게 제품 보관과 포장, 재고관리, 배송, 반품 등을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소상공인들은 물건을 납품하는 것 이외에 관여할 것이 없다. 쿠팡이 6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국 곳곳에 구축한 물류 인프라망을 이용하고 소정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 소비자들은 마켓플레이스 상품을 로켓배송으로 받을 수 있고, 중소상공인들은 소비자와 접점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 효과란 평가를 받고 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도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로켓그로스 입점업체의 80% 이상은 전통 유통업체의 물리적 매대에 입점할 수 없는 데다 자체 인프라를 구축할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라며 "이들의 지난 4분기 거래량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2배 증가하고 참여 업체 수도 80%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진취적인 중소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라는 역사적인 투자로 만든 '로켓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로켓그로스의 성과는 실적에서 곧바로 확인된다. 쿠팡이 이날 공시한 2023년 실적에 따르면 로켓그로스 등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Product Commerce) 분야의 지난해 매출은 30조7998억원(235억9400만 달러)으로, 전년대비 19%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은 이 같은 성장세에 올해 초 로켓그로스 서비스 범위를 기존 생활필수품, 공산품, 패션잡화 등에서 신선식품으로까지 확대했다. 쌀·잡곡류에 대한 서비스가 이미 시작됐으며, 올해 1분기 안에 냉장·냉동 식품을 제외한 견과류, 건어물·수산물로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 중소상공인들의 동행은 대만에서도 진행 중이다. 쿠팡은 2022년 10월부터 대만 판로 개척을 원하는 중소상공인들에게 물류, 통관, 현지 배송 등 모든 프로세스를 대신 진행하고 있다. 중소상공인 입장에선 해외 진출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 절차에 대한 별도 비용 부담 없이 대만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이점으로 지난해 쿠팡을 통해 대만에 제품을 수출한 국내 중소기업 수는 1만2000개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해외 수출 소비재 중소기업(4만2000개)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매출은 동반 성장을 이루고 있다. 대만에서 쿠팡의 로켓배송에 올라탄 국내 중소기업은 이전보다 최소 50%에서 최대 10배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고 한다. 쿠팡 역시 지난해 대만사업을 포함한 성장사업(Developing Offerings) 분야 매출이 1조299억원(7억8900만달러)으로, 직전해(8113억원)보다 2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창업자는 이날 대만에 대해 "성장과 규모, 영향력 측면에서 잠재력을 입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