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정인턴
"모닝콜처럼 전화벨이 울려서 받아보면 선거 여론조사에요. 정말 지긋지긋해요."
서울에 거주 중인 A씨는 연차를 낸 당일 늦잠을 자려다 잠을 깨우는 벨소리에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것은 허무하게도 여론조사 음성이었다. 짜증을 내며 전화를 끊은 A씨는 다시금 잠을 청하려 했으나, 한 시간 남짓 지났을 무렵 또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전화 여론조사였다.
이처럼 4월 총선이 60일 앞으로 다가오며 전화 여론조사가 급증해 시민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 또한 선거를 앞두고 일반 여론조사와 함께 여야 후보 적합도 조사가 본격화되었기 때문에 하루에도 여러 건 전화가 걸려 오기 일쑤다. 심지어는 전화를 받지 않으니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또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는 사례도 전해진다. 이에 여론조사를 피할 수 있는 '꿀팁'이 시민들 사이에서 소소한 화제가 되고 있다.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전화 여론조사를 피하는 방법이 공유되어 많은 시선을 끌고 있다. 각 통신사는 '선거 전화 차단 번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SK텔레콤(1547) ▲KT(080-999-1390) ▲LG U+(080-855-0016)으로 전화를 걸면, 여론조사 기관에 본인의 번호를 가상번호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 다만 정보 제공 유효기간이 있어 최근 통신사가 여론조사 업체에 번호를 제공했다면 차단 이후에도 일정 기간 여론조사 전화가 올 수 있다.
잇따라 여론조사 전화가 온다는 이유로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시민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선거 여론조사의 경우, 공직선거법에 따라 여론조사 업체가 지역별로 관할 선거 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거쳐 통신사를 통해 가상번호를 받아 실시한다. 각 통신사는 성별·연령별·지역별 비율에 맞춰 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실제와는 다른 번호로 바꿔 제공하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해당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짜증이 나려고 했는데 당장 신청해야겠다", "요 며칠 새 모닝콜을 맞춰두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전화가 많이 온다", "오늘만 전화 여섯통 째다. 지긋지긋했는데 잘 됐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