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기자
오현길기자
최서윤기자
차기 회장 ‘파이널리스트(최종 후보군) 6명’에 포함된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68)이 주변에 "나라를 위해 딱 3년만 해보자는 생각"이라며 포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 6명 가운데 지원동기를 직간접적으로 밝힌 건 권 전 부회장이 처음이다. 강력 후보로 거론된 인물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파격 발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권영수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1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권 부회장은 본인이 가진 역량을 나라를 위해, 특히 산업에서 파급력이 크고 중요한 기업인 포스코를 위해 일해보자는 생각으로 포스코 회장 선출 과정에 임하고 있다"며 "고(故) 박태준 회장 같은 사명감을 갖고 마지막 열정으로 딱 3년 해보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권 부회장은) 사심은 없지만, 경영자로서의 욕심은 있다"며 "공급망,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미-중 갈등과 같은 문제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고 이런 문제를 경영자로서 풀어보고 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전 부회장은 포스코 그룹이 현재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포스코는 지금까지 철강업을 잘 해왔지만 탄소중립시대에 철강의 미래를 그려야 하고 철강 기술 최적화를 위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며 "기존의 인력들을 포용하고 그간의 (포스코가 거둔)성과를 갖고 (권 전 부회장은)나라를 위해서 봉사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권 전 부회장 측은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의 파이널리스트 결정에 대해선 독립성, 중립성을 지켰다고 봤다. 그는 "내·외부 후보를 3대 3으로 적절한 균형을 보였고 언론 등을 통해 많이 거론된 OB들이 배제된 것은 오히려 후추위가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했다고 보이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다만 권 전 부회장 외 대부분 철강업계 출신 후보가 추천된 데 대해서 "(후보 대부분이)기존의 철강을 이해하고 그쪽에서 오랫동안 일하던 사람들이지만 다소 유일하게 그룹을 운영하면서 종합적으로 배터리, 신소재 등 해본 것은 권 전 부회장이 유일하다"며 차기 회장 후보로서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권 전 부회장을 비롯해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68),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장(사장·63),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68),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70),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63) 등이 차기 포스코그룹 회장 레이스에 뛰어들며 후보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유력하게 꼽혔던 포스코 출신들이 대거 탈락하고, LG와 SK, 현대차그룹 출신이 포함되면서 30년 만에 ‘외부 출신’ 회장이 탄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후추위는 지난달 31일 8차 회의를 열고 ‘파이널리스트(최종 후보군)’ 6명을 확정하고 처음으로 명단을 공개했다. 후추위는 선정 과정에서 "미래 도약과 변화를 위한 전문성과 리더십 역량"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후추위는 "글로벌 차원의 탄소제로 시대 진입은 철강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사활적 사안이 됐으며 친환경 미래소재 시대의 도래는 새로운 사업 기회인 동시에 엄청난 도전과 경쟁을 극복해 나갈 새로운 전략, 투자와 기술적 준비를 요구하고 있다"며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쌓여 온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재점검과 미래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포스코맨’ 3명과 외부 출신 인사 3명의 대결 양상이 펼쳐지게 됐다. 그동안 포스코그룹 안팎에서 유력한 주자로 언급됐던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황은연 전 포스코인재창조원장 등 포스코 전·현직 임원들이 최종 후보군에서 대거 탈락했다. 이 때문에 "파격 발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직 임원이 회장에 오를 경우 최정우 현 회장 체제의 ‘연장선’이 될 것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초호화 해외 이사회’ 의혹으로 지난 17일 검찰에 추가 고발된 장 전 사장과 전 전 사장이 최종 후보에 포함됐다. 같은 혐의로 고발된 후추위가 그동안 혐의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강조한 만큼, 향후 ‘사법리스크’를 크게 의식하지 않은 결정으로 풀이된다.
현직 임원 중에는 김 원장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 금속학과 출신으로 현재 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인 김 원장은 작년말 승진했다. 최근에 사장에 오르며 후보 선정 가능성이 낮은 것이란 예상을 깬 결과다.
포스코에 몸담은 적이 없는 외부 인사 3명이나 포함된 것도 이례적이다. 권 전 부회장을 비롯해 김 사장은 한 번도 철강산업에 종사한 적이 없다. 세계적 석유기업 쉘에서 20년간 근무한 김 사장은 SK이노베이션 기술원장 등을 역임, 글로벌 감각과 석유·자원 분야 전문가다. 우 전 부회장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 현대중공업과 현대로템을 거쳐 현대제철로 옮기며 연구개발(R&D) 분야를 총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