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윤기자
정유업계가 수출대상국을 늘리며 대(對)중국 수출분 감소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비산유국으로서의 한계를 넘어서 석유제품 수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는 지난해 , GS칼텍스, ,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가 세계 70개국에 석유제품 총 4억6672만배럴을 수출했다고 25일 밝혔다. 전년(4억7091만배럴)보다 소폭 줄었다.
수출국 수는 2년 연속 증가했다. 2021년 58개였던 수출국은 2022년 64개, 지난해 70개국으로 늘었다. 수출국 다변화 현상은 최근 대(對) 중국 석유제품 수출이 감소하면서 나타나고 있다. 석유협회는 "글로벌 환경변화와 탄소중립 시대에 맞춰 새로운 수출국을 발굴하고 집중하는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16년 이후 6년 연속 우리 최대 수출 상대국이었으나 제로코로나 정책과 중국 내 석유제품 자급률 상승으로 대중국 수출액 비중은 2020년 29.5%에서 지난해 7.5%까지 급감했다. 수출국 순위도 5위로 미끄러졌다.
중국 빈자리는 호주가 차지했다. 호주는 BP, 엑슨모빌이 2021년경 호주 내 Kwinana(14만5000b/d), Altona(8만6000b/d) 정유공장을 폐쇄해 호주 전체 정제설비 중 50%가 감소했다. 부족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했는데 국내 정유사가 발 빠르게 수출물량을 늘렸다. 2020년 6위에 해당하던 수출국 순위가 급상승해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정유사는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서구권 국가와 앙골라, 케냐 등 아프리카 및 심지어 UAE,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중동 산유국에도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이러한 수출 확대 노력으로 정유사는 국가 무역수지 적자 해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10여년 전부터 원유도입액의 50% 이상을 수출로 회수해 왔다. 지난해 정유업계 원유도입액 806억달러 중 석유제품 수출로 58%인 463억7000만달러를 회수해 2022년 60%에 이어 역대 두 번째 회수율을 기록했다. 수출액 기준으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2023년 국가 주요 수출 품목 중 4위를 기록해 최근 3년 연속 상위 5개 품목 안에 자리하며 수출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제품별 수출량 비중은 경유(41%), 휘발유(21%), 항공유(18%), 나프타(8%) 순으로 집계됐다. 휘발유는 미국으로의 수출이 두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역대 최대 수출량(9,986만배럴)을 기록하였다. 올해부터 국내 일부 정유사가 휘발유 완제품을 미국 본토에 장기 공급하기로 계약해 향후 대미 휘발유 수출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유 수출 또한 미국, 호주, 일본 등을 위주로 꾸준히 회복하며 6.8% 증가해 코로나 이전 수요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석유 수요를 주요국 경제성장 둔화, 에너지 효율 개선, 수송연료 전환 등으로 저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국항공운송협회(IATA)는 경기 침체 여파에도 항공 부문은 계속 성장세를 이어가 항공 여객 수가 사상 최대인 47억명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부터는 환경규제에 따라 EU부터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이 의무화돼, 향후 국내 정유업계도 SAF 수요 확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응한 국내 석유산업의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내 SAF 생산기반 마련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유업계는 올해도 정유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과 수출국 다변화로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