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령기자
이승진기자
올해 우리나라 벤처·스타트업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적극적으로 추진된다. 정부와 벤처업계 모두 '글로벌화'를 올해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글로벌화는 우리 경제 성장을 위해 전 산업 분야에서 지속해서 강조되고 있으나, 스타트업의 경우 해외 진출 비율이 10%를 밑돌 정도로 성과가 미미하다. 올해는 외교부 출신인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의지와 함께 업계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예년보다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19일 성상엽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진행된 ‘2024년 혁신벤처업계 신년인사회’를 통해 “올해는 더 이상 위기가 아닌 혁신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혁신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혁신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도전해야 한다”며 “벤처기업은 아직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1% 수준의 국내 내수시장을 탈피 못 하는 상황으로 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해 글로벌화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혁신성장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올해 목표로 세운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스타트업 관련 지원 정책을 대폭 강화했다. 창업지원을 위해 예산은 3조4038억원으로, 역대 최대 예산이었던 2022년보다 더 큰 규모다. 특히 창업기업의 해외 진출과 해외 인재의 국내 창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이 전년도와 비교해 8항목 늘어나고 예산도 273억원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2024년 초격차 창업기업 1000+ 사업’이 있다. 초격차 사업은 시스템반도체, 인공지능(AI) 등 10대 신산업 분야에서 국가 경제의 미래를 이끌어갈 기저 기술 스타트업 1000개 이상을 육성하기 위해 5년간(2023~2027) 민관 합동으로 2조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작년 275개 스타트업 신규 선정에 이어, 올해는 380여개의 신규 초격차 스타트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벤처기업은 경험·자금·인력 부족으로 해외 진출을 주저하거나, 진출 후에도 바이어 발굴·시장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벤처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벤처기업 가운데 수출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2.3%고, 수출기업 중 지사·지점 경영 등 해외에 직접 진출한 기업은 17.8%에 불과했다. 벤처기업은 ‘바이어 발굴’, ‘해외시장 정보 부족’ 등을 해외 진출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글로벌 자본 유입이 정체된 점도 벤처기업의 수출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해외 벤처캐피털(VC) 글로벌펀드의 국내 투자액은 2019년 1173억원에서 2020년 1094억원, 2021년 804억원으로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업계의 행보는 이미 시작됐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올해 시장 규제 개혁, 민간 출자 기반 확충,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한국여성벤처협회는 여성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해외 민간단체를 발굴해 기업 간 정보 교류, 비즈니스 협력 등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에는 부처별로 산재해 있는 벤처기업 글로벌 진출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설치·운영을 요청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개별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보다는 자본·인력·기술 등 기업 투입 요소 등의 인프라 조성으로 전략적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기업의 글로벌화는 해외 투자를 통해 현지 공장을 설립하고 현지 인력을 채용해 현지 자본을 통해 충당하고 우리 인력과 현지 인력이 협력하는 것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올해 정책 역량을 벤처·창업 생태계의 글로벌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국경 없는 디지털 경제 시대와 제한된 내수시장 등을 고려할 때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달 2일 취임사에서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강조했다.
오 장관이 스타트업의 글로벌화 지원 정책 강화를 연일 강조하는 이유는 열악한 국내 스타트업 창업 환경에 있다. 아산나눔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 개방성을 연구한 '2023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를 보면, 2022년 기준 한국인 창업가가 해외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했거나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한 경우는 300여건에 불과했다. 싱가포르(2000여건)와 이스라엘(1600여건)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이를 비중으로 보면 한국은 비상장 스타트업 4000여개사 중 7%에 머물렀지만,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은 각각 자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비율이 각각 90%, 80%에 달했다.
오 장관은 “벤처기업의 혁신상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해외 진출, 인재의 원활한 공급, 기업성장을 위한 적시 투자와 자금공급이 고르게 뒷받침될 필요가 있고, 정부의 다양한 해외거점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