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기자
한파에 눈까지 찾아오는 겨울은 실외운동을 꺼리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추운 계절, 손쉽게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 중 하나가 바로 계단 오르기다. 가구의 과반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우리나라에서 고층 아파트의 계단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쉽게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단 오르기 운동은 30분 기준 걷기가 63㎉, 빠르게 걷기가 120㎉의 열량을 소모하는 데 비해 계단 오르기는 무려 220㎉의 열량을 빠르게 소모할 수 있다. 또한 심장이 빨리 뛰면서 혈액 순환이 원활해져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10월 미국 툴레인대 연구진은 성인 45만8860명의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매일 계단을 50개 이상 오르면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최대 20%까지 낮아진다는 결과를 내놨다. 짧은 시간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쓰는 만큼 심혈관 건강을 끌어올리기 위한 효율적 방법이라는 것이다.
최완정 대한계단오르기걷기협회장은 직접 계단 오르기의 효과를 체감한 후 계단 오르기 전도사가 됐다.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계단 오르기를 시작한 것"이라고 꼽는 그는 계단 오르기로 체중을 10㎏이나 감량했다며 "계단 오르기를 꾸준히 하면서 살이 빠지고, 자세가 좋아지고, 우울증도 싹 사라져 정신적으로도 매우 건강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혼자 사는 공간이 아닌 공동주택인 만큼 아파트에서의 지나친 계단 오르기는 자칫 '민폐'가 될 수도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계단 오르기 운동을 하는 주민에게 다른 주민이 계단의 센서등이 켜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불필요한 전기 사용이 유발되니 전기료를 더 내라고 지적했다는 사례가 올라오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심지어 본인의 집이 아닌 다른 아파트에서 계단을 오르다 적발되는가 하면 지난해 5월에는 계단을 오르며 이웃집의 도어락 비밀번호를 보고 몰래 침입한 남성이 구속되는 등 범죄까지 일어나 사회적 문제로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웃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다.
계단 오르기 운동 전용 시설을 만드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2019년 준공된 경기 오산시 서동탄역더샵파크시티에는 아파트 단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유리로 장식된 건물이 있다. 단지의 명물로 자리 잡은 계단 오르기 운동 전용 건물 '헬시스퀘어'다. 이처럼 전용시설이 만들어진 건 건설 업계에서도 처음으로 있는 일이었다. 아파트 한 동 옆에 17층 높이로 조성된 건물로 아파트와 붙은 면을 제외하고는 3면을 유리로 개방해 답답한 느낌 없이 탁 트인 시야 속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편백나무를 마감재로 사용해 산을 오르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한편, 5·10·15층으로 5개 층마다 엘리베이터가 서도록 해 원활한 운동을 가능케 했다.
지자체가 나서 아파트 계단 오르기를 장려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전북 정읍시는 관내 아파트 계단과 벽면에 계단 오르기를 장려하는 표지판을 붙이는 등 '건강 계단' 조성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경남 김해시, 의령군, 창녕군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