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연기자
# 스타트업 모빈(MOBINN)이 만든 자율주행 로봇이 계단 위를 거침없이 올라간다. 바퀴달린 로봇이 과연 계단을 어떻게 올라갈까 싶지만 모빈은 방법을 찾았다. 휘어지는 고무바퀴를 사용한 것. 모빈의 배달 로봇은 유연하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난 특수 소재의 고무바퀴를 통해 높은 계단이나 비탈진 보도, 도로 경계석 등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비탈진 길을 올라갈 때 적재함 속 내용물이 기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기술도 적용했다. 최진 모빈 대표는 "모빌리티가 다니기에는 서울시 기준 1㎞ 당 19개의 장애물이 있다"며 "바퀴만으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고 구조가 단순해 초기비용이 낮다는 점이 우리 로봇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제품을 만드는 그린웨일글로벌(Green Whale Global)은 CES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타피오카의 원료인 카사바 전분을 활용해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들어 냈다. 보통 플라스틱은 썩지 않지만 이들이 만든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자연 상태에서 완전히 분해되고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하다. CES 부스에 전시된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은 육안으로 보면 보통의 플라스틱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환경적인 관점에서 볼 때 기존의 플라스틱과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윤태균 그린웨일글로벌 대표는 "우리 제품은 글로벌 친환경 기준 강화에 대응이 가능하며 매립 후 6주 정도가 지나면 모두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제로원이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4에 2년 연속 참여한다. 제로원의 지원으로 성장한 국내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세계 무대에 알리기 위해서다.
올해 제로원이 CES에 참가한 이유는 현대차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소개하고, 협업 중인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번 CES에 참가한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투자 기회를 만드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제로원의 협업·지원을 통해 올해 CES에 참가한 스타트업은 총 11개사다.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제로원 빌더'를 통해 육성한 4개사, 사외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인 '제로원 엑셀러레이터'를 통해 참여한 스타트업이 5개사다. 나머지 2개사는 현대차그룹과 정몽구재단이 공동으로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를 통해 지원한 기업이다.
현대차그룹 제로원은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임직원에게 투자한다. 현재까지 총 36개의 사내 스타트업이 독립 분사했다. 또 외부에서 유망한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128개 스타트업과 협업했으며, 97개사는 직접 지분투자도 하고 있다.
올해 CES에 참여한 스타트업의 면면을 보면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업체부터 생분해 플라스틱 제조업체까지 분야가 다양하다. 어플레이즈는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장소와 시간에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데이타몬드는 고객의 성향과 취향 정보를 수집해 AI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가공하는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한다. 포엔은 사고가 나거나 폐차를 할 때 나오는 폐배터리팩을 재사용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아트와는 다목적 수륙 양용 로봇을 개발했다. 딥파인은 확장현실(XR) 제작도구를 제공한다. 전문가들만 가능했던 XR 공간을 일반인도 쉽고 빠르게 제작할 수 있도록 한다. 페블러스는 AI 학습 데이터를 진단·개선하는 데이터 클리닉 서비스를, 쿱 테크놀로지스는 로보틱스·자동화 생태계에 초점을 맞춘 보험 기술 솔루션을 제공한다. 더데이원랩은 전분·셀룰로오스 등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대체 소재를 개발했다. 코스모스랩은 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물 배터리'를 개발했다.
제로원 관계자는 "그동안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스타트업 발굴에 집중해왔다"며 "CES 참가로 제로원이 육성한 스타트업들이 해외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