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기자
고용 한파 시대. 지난해 취업자 수가 30만명 넘게 늘어난 '역대 최고' 고용률 통계가 10일 발표됐다. 하지만 이를 고용 호조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령층 고용률 증가에 기댄 수치라는 이유에서다. 미래세대인 청년층과 경제 허리인 40대 취업자 수 감소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더 적극적인 일자리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841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32만7000명(1.2%) 늘었다. 이는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은 긍정적인 수치다. 2022년 12월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0만명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가 지난 4일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는 32만명으로 목표치를 높였다.
지난해 전체 고용률(15세 이상)은 62.6%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상승했다. 연간 고용률 통계가 작성된 1963년 이래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생산연령인구(15∼64세) 고용률도 69.2%로 역대 최고다. 전년 대비 0.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1989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쾌재를 부르기엔 석연찮은 점이 있다. 고용률 증가가 고령층에 기댄 수치이기 때문이다. 전체 취업자 수 증가분(32만7000명)을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 36만6000명 ▲50대 5만9000명 ▲30대 5만4000명이 각각 증가했다. 반면 20대(15~29세)에서는 9만8000명, 40대에서는 5만4000명이 감소했다.
고령층에서 전체 취업자 수 증가분을 상회할 정도의 고용 호조가 나타났지만 20대·40대에서는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이다. 통계청은 고령층 인구가 많은 데다가 이들이 종사하는 돌봄노동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령층 취업자 수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령화 사회 대응 차원에서 고령층 인구가 고용시장으로 재진입하는 것은 고무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20대와 '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40대 취업자 수가 뒷걸음질 치는 것은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물론 청년층의 인구가 감소하면서 취업자 수 감소가 동반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년층 고용률 하락 배경에 대한 질문을 받고 "청년층은 인구 감소 폭이 커서 취업자 수 감소가 동반되기도 한다"며 "학업 지속 등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하는 경향성도 있다"고 답했다.
청년층에서 구직활동에 뛰어들지 않아 고용률·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쉬었음'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쉬었음' 인구가 전년 보다 8만3000명 늘어난 232만2000명으로 조사됐다. '쉬었음'은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는 이들을 뜻한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한참 일해야 할 연령대인 20대와 40대가 일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 생산성 차원에서 손실"이라며 "특히 20대 청년층의 경우에는 젊은 시기에 직업을 얻지 못하면 한평생 가치를 잃어버릴 확률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본 거품 경제 붕괴 이후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들이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며 "자칫하면 나중에 우리 사회가 그들에 대한 상당한 규모의 부양 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다"고 했다.
청년층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의 고용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정책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교수는 "20대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정년까지 재직하게 되니 기업이 부담을 느끼는 반면 60대 이상의 경우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등) 낮은 임금의 소일거리 취업이 대부분"이라며 "유연한 고용·노동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