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연기자
강남 3구(강남·송파·서초)에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약을 처방받은 10대 환자 비중이 서울시 전체 10대 환자의 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원구, 양천구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절반에 달했다. 최근 ADHD 약이 학생들 사이에서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으로 여겨지고 있어, 교육열 높은 지역에서 이 약이 오남용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아시아경제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최근 4년간 ADHD 발생 통계를 분석한 결과, ADHD로 치료받은 10~19세 아동·청소년은 2018년 1만265명에서 2022년 1만7488명으로 70.37% 증가했다.
구별로 ADHD 환자 수에 큰 차이가 있었다. 가장 많은 곳은 강남구로 2018년 1438명에서 2022년 2509명으로 74% 늘었다. 이어 송파구는 같은 기간 858명에서 2078명으로 142%, 서초구는 549명에서 1360명으로 147% 증가했다. 2022년 기준, 강남 3구에서만 10대 ADHD 환자가 5947명에 달해 서울시 전체 환자의 3명 중 1명이 이 지역에서 나왔다. ADHD 환자 수가 가장 적은 곳(0~200명 이하)은 금천구(45명), 중구(83명), 용산구(147명), 강북구(177명), 도봉구(195명) 등이었다.
강남 3구 외에 10대 ADHD 환자가 2022년 기준 1000명을 넘은 곳은 중계·상계동을 중심으로 학원가가 밀집한 노원구다. 노원구는 2018년 980명(남 765명, 여 215명)에서 2022년 1220명(남 876명, 여 344명)으로 24% 증가했다.
이어 목동이 위치한 양천구도 2018년 672명(남 543명, 여 129명)에서 2022년 968명(남 699명, 여 269명)으로 44% 늘어났다.
강남 3구와 노원구, 양천구 등 5개 구에 약물을 처방받는 10대 ADHD 환자가 쏠려있는 현상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붙는다.
먼저, 소아청소년정신과가 강남 3구에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 등록된 전국 소아청소년정신과 498곳 중 11%인 56곳이 서울 강남 3구에 몰려있다. 학교폭력 이슈로 ADHD에 대한 인식이 더욱 확대됐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교육열이 높은 이들 지역에서 특히 ADHD 약 처방이 많은 것을 두고, 오남용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과거 ADHD 치료제가 '집중력을 높이는 약'으로 둔갑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신 의원은 "학구열이 (잘못된 인식으로) ADHD 치료제의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불필요한 의약품 사용의 부작용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품의약안전처도 이 같은 우려를 인지, 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처방·투약 기준을 담은 '마약류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조치 기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은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틸페니데이트가 '공부 잘하는 약', '집중력 높이는 약' 등으로 오남용될 우려가 있어 마련됐다. 개정안에는 메틸페니데이트를 치료 목적 외에 사용하거나, 3개월 초과 처방·투약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