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 달군 10대 핫이슈 보니…주가조작·공매도 금지

시세조종에 얼룩진 주식 시장…이차전지 단타 열풍 '변동성 확대'
논란의 공매도 내년 상반기까지 금지…금융당국 제도 개선에 박차
STO 시장 개막·ETF 시장 급성장…투자 저변 확대 '기대감'

올해 증시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을 정도로 다사다난했다. 끊임없이 터진 주가 조작에 시장이 요동쳤고 '기울어진 운동장' 지적에 금융당국은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연초부터 이차전지 열풍이 증시를 휩쓸었고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하며 시장 규모가 120조원대로 커졌다. 신규 상장에 있어서는 신규 상장주 가격제한폭이 공모가의 최대 400%로 확대됐고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으로 금융당국은 기업공개(IPO)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이밖에 라임·옵티머스 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4년 만에 증권사 CEO에 대한 징계가 확정됐으며 증권사들의 장수 CEO들이 대거 교체되는 등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올해 토큰증권(ST) 제도화가 본격화되면서 이에 대한 준비도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올해 주식시장과 증권가를 달궜던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여의도 증권가, 파크원, LG트윈타워.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라덕연 게이트부터 영풍제지까지' 끊임없는 주가조작

올 한 해 유독 주가 조작이 기승을 부렸다. 지난 4월24일 하림지주, 대성홀딩스, 세방, 선광, 다우데이타, 삼천리, 서울가스, 다올투자증권 등 8개 상장사가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발발한 무더기 하한가로 나흘 만에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이 8조원이나 증발했다. 사건의 배후로 라덕연 호안투자컨설팅 대표가 지목됐고 라덕연 일당은 차액결제거래(CFD)를 이용해 장기간 시세를 조종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뒤이어 6월 대한방직, 동일산업, 동일금속, 방림, 만호제강 등 5개 종목이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시장을 긴장시켰다. 이들 종목은 한 온라인 주식투자 카페에서 추천 종목으로 꾸준히 거론됐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고 이 카페 운영자 등 일당이 통정매매로 시세 조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월에는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이 동반 하한가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주작 조작 악몽이 재현됐다.

라임·옵티머스 CEO 제재 마무리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정례회의를 열고 박정림 KB증권 사장과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게 각각 3개월 직무정지와 문책경고 처분 등 중징계를 결정했다.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은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2019년 10월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으로 촉발된 사모펀드 사태의 CEO 징계가 4년 만에 일단락됐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2020년 11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위반) 등을 이유로 박정림 사장과 양홍석 부회장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2021년 3월엔 옵티머스펀드 판매 관련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으로 정영채 사장에게도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박 사장에 대한 징계는 금융위에서 상향됐고 양 부회장은 한 단계 하향됐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뉘며 이중 문책경고 이상의 징계는 연임과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만큼 중징계로 분류된다. 중징계를 받은 박정림 사장과 정영채 사장은 금융위를 상대로 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한 상태다.

올해 증시 휩쓴 이차전지 열풍

올해 증시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주식은 이차전지 관련주였다.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반기 이차전지주들은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10만원대였던 에코프로의 주가는 지난 7월에는 150만원대까지 치솟았으며 포스코그룹주들도 이차전지 기대감에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포스코DX는 올들어 19일까지 727.2% 상승하면서 상장사 중 주가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에코프로는 611.65% 올랐고 금양은 384.94%, 에코프로비엠 245.28% 급등했다.

이차전지주 열풍에 개인의 매수세가 집중됐다. 올들어 개인은 POSCO홀딩스를 11조3663억원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담았다. 이어 LG화학(1조9290억원), 포스코퓨처엠(1조2251억원), SK이노베이션(1조1794억원), 에코프로비엠(9640억원), 삼성SDI(8863억원), 엘앤에프(7505억원), LG에너지솔루션(6645억원) 등 순매수 상위 8개 종목 역시 모두 이차전지 관련주였다.

공매도 내년 상반기까지 금지

그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던 공매도가 내년 상반기까지 전면 금지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5일 관행화된 불법 무차입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공매도 전면 금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네 번째다.

금융당국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근본적인 해소를 위해 공매도 제도 개선에도 나섰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공매도 제도 개선 방향에 따르면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공매도 상환 기간을 개인 투자자와 똑같이 90일로 변경하고 개인의 공매도 담보비율도 외국인·기관 투자자 동일하게 105%로 바뀐다. 이밖에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차단 시스템 실현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30년만에 외국인 등록제 폐지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꼽혔던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30년 만에 폐지됐다.

과거에는 국내 상장 증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의 경우 반드시 금융감독원에 사전 등록을 해야 했다. 등록 절차에 시간이 소요되고 요구되는 서류도 많아 외국인들이 우리 증시에 투자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14일부터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시행됨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는 별도의 사전 등록 절차 없이 국내 상장 증권 투자가 가능해졌다.

이와 함께 통합계좌(다수 투자자의 매매를 단일 계좌에서 통합 처리) 명의자의 보고 주기를 '즉시'에서 '월 1회'로 완화되며 외국 증권사들의 통합계좌 운용이 편리해졌고 외국인 투자자의 장외거래 사후 신고 범위도 확대됐다.

신규 상장주 가격 제한폭 확대

지난 6월26일부터 신규 상장사의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이 공모가의 60~400%로 확대됐다. 기존 63~260%에서 확대된 것이다. 이같은 가격제한폭 확대는 신규 상장종목의 기준가격 결정방법을 개선하고 가격제한폭을 확대함으로써 신규상장일 당일 신속한 균형가격 발견기능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최근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을 기록한 종목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케이엔에스는 공모가격(2만3000원)의 400%인 9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12일 상장한 LS머트리얼즈도 따따블에 성공했다. 상장 첫날 공모가(6000원) 대비 400% 상승한 2만4000원에 마감했다.

이처럼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400% 상승한 종목들이 연달아 나오면서 기업공개(IPO)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열리는 STO 시장

토큰증권 발행(STO) 제도화가 올해 본격화되면서 토큰증권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2월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내놨고 지난 7월에는 토큰증권 제도화를 위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에 증권사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플랫폼 구축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나증권은 피나클, 오아시스 비즈니스, 프린트베이커리, 아이티센, 다날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업체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부동산, 예술품, 금·은, 모바일 콘텐츠 등 다양한 기초자산으로 조각투자 플랫폼과 증권형 토큰 비즈니스를 협업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9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토스뱅크, 기술 파트너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함께 업계 최초로 토큰증권 발행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범 발행까지 완료했다. 미래에셋증권은 SK텔레콤과 토큰증권 컨소시엄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NFI)'를 결성했고 플랫폼 구축업체 선정을 진행 중이다.

증권가 CEO 세대교체

올해 하반기 여의도 증권가에는 세대교체 바람이 세차게 불어닥쳤다. 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삼성증권 등이 줄줄이 수장을 교체하면서 장수 CEO들이 대거 퇴진했다. 올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실적은 부진했고 사건사고도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쇄신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내년 초까지 CEO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사들에서도 수장 교체 사례가 더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파두 '뻥튀기 상장' 논란

지난 8월 상장한 파두는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하한가를 기록했다. 파두의 3분기 매출액은 3억2100만원으로 전년 동기(135억9200만원) 대비 97.6% 줄었고 영업손실은 148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문제는 파두의 기업공개(IPO) 당시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올해 예상 매출액과 큰 차이를 보이면서 '뻥튀기 상장' 논란이 제기됐다. 파두는 증권신고서에 올해 예상 매출액으로 1202억9400만원을 제시했다. 파두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80억원으로, 2분기 매출은 5900만원에 그쳤다. 파두는 올해 하반기 IPO 시장의 대어로 꼽히면서 기업가치 1조5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상장 후 꾸준히 상승하며 4만원을 넘었던 파두의 주가는 현재 2만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뻥튀기 상장 논란에 투자자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고 금융당국은 IPO 심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ETF 시장 급성장…순자산 120조원 돌파

올해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시장 규모가 120조원대로 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ETF 순자산총액은 12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6월 100조원의 순자산총액을 돌파한 뒤 5개월 만이다. 국내 ETF 시장은 2002년 10월 14일 4개 종목, 순자산총액 3552억원으로 출발해 2011년 11월 순자산 10조원을 넘어섰고 2019년 12월 50조원을 돌파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말 기준 2조9000억원으로,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수준이다.

ETF는 분산투자, 낮은 비용, 거래 편의성 등 장점을 바탕으로 업계의 다양한 신상품 공급 노력 등이 더해지며 빠른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직접투자, 해외투자, 안정수익 추구, 퇴직연금 향 수요 증가 등 투자 환경 변화에 맞는 신상품이 계속 출시되며 시장 규모를 키워왔다.

증권자본시장부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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