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 IMF 총재 '女리더 많아질수록 조직 성과 높아진다'

"여성, 다양성 증진 중요"
"내 본연의 모습 보여줘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 가운데)가 14일 정부종합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초청 특별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고위직 여성 비중과 이사진 구성에 있어 성별 다양성이 높은 금융기관일수록 부실대출 비율은 낮고 재무적인 안정성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 여성 리더가 많아지고 성별 균형이 잡힌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 조직의 성과는 더 높아질 수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4일 오후 정부종합청사 별관 3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초청 특별포럼에서 ‘세계경제와 여성의 권한 확대’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전 세계적인 진전에도 불구하고 성 격차(gender gap)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불가리아 출신인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전임자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현 유럽중앙은행 총재)에 이어 IMF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재다.

우선적으로 그는 여성들이 일과 가정에 대한 책임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직접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육지원, 육아휴직 등의 정책이 시간제 근로자, 자영업자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시장으로 복귀하는 기혼 여성이 고임금 부문에 진입할 수 있도록 재교육 프로그램, 경력 유지 프로그램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유연한 노동시장 우선 과제

유연한 노동시장도 우선 과제로 꼽았다. 핀란드와 스웨덴처럼 더 많은 근로자가 탄력근무제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직원의 고용과 해고 비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쓰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연공서열 중심에서 성과 중심으로 급여 체계를 전환시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역량을 강화하면 소득이 높아지고 회사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며 "IMF 연구에 따르면 한국이 적절한 정책을 통해 근로시간의 성별 격차를 동료 국가의 평균 수준으로 줄일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18%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영경 금통위원이 패널토론에서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게 질의하고 있다.

기조연설 후 이어진 패널토론에는 게오르기에바 총재와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서영경 금융통화위원, 이복실 롯데카드 ESG 위원회 위원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참여했다. 패널토론에서 서영경 금통위원은 한국의 초저출산 현황을 소개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통해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질의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스웨덴·덴마크 등 국가는 육아휴직을 굉장히 보편화하고, 남성들도 육아휴직을 많이 가도록 했다"면서 "저렴하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정책을 통해 여성들이 오래 일할 수 있게 지원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잘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연 대표 "국내 1000대 기업 CEO 女 2.4%뿐"

최수연 네이버(NAVER) 대표가 인공지능(AI) 시대, 여성리더십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묻자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기업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사회를 구성할 때 남성으로 구성된 후보자로만 구성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언급했다. 최 대표는 "국내 1000대 기업 CEO 중 여성은 단 2.4%며, 그 중 창업자와 혈연관계가 없는 여성은 0.5%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여성 CEO를 CEO이기 이전에 여성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를 벗어나려면 결국 여성 CEO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개인 경험을 통해 터득한 꿀팁도 공개했다. 그는 "여성은 결코 남성처럼 되기 위해 노력해서는 안된다. 여성으로서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내 본연의 모습을 믿고 보여줘라"고 말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운데)가 14일 정부종합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초청 특별포럼에서 이복실 롯데카드 ESG 위원회 위원장,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서영경 금융통화위원, 최수연 네이버 대표(왼쪽부터)와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유럽연합(EU)에서 채용을 담당했을 때 사례를 들었다. 그는 "남성 후보는 5가지 요건 중 3개나 충족했고 나보다 더 뛰어난 적임자는 없다고 한 반면 여성 후보는 5가지 요건 중 3개만 충족시키고 나머지 두 개는 충족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면서 "투쟁하지 않고 적극 나서지 않는 사람을 끌어오기 힘든 것처럼 여성들도 주저하는 모습을 버리고 자신을 믿고 적극 행동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세계은행 근무시, 처음 꽃무늬 있는 자켓을 입고 출근했다가 주위에 여성이 없고 꽃무늬 자켓은 더욱 없는 모습을 보고 검정 슈트로 갈아입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그레이 정장을 입지 않는다"면서 "내 본연의 모습을 보여줘라"고 독려했다. 이날 역시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강렬한 붉은 계통의 옷을 입고 왔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고 솔직히 토로했다. 그는 "제 개인 생활에 있어 많은 희생이 있었다"면서 "일 때문에 아이 생일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지만 친구나 가족들에게 시간을 나눠줄 의무가 있다"면서 "가장 소중한 시간은 손주 2명과 제 딸과 보내는 시간"이라며 "가족과의 시간을 꼭 가지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회 내에서 여성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는지도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내가 이전 세계은행에서 일했을 때 고위직은 대부분 남성이었고, 출장을 가서 총리 등 고위 정치인들의 사무실을 방문하면 대부분 나를 통역이라고 생각했다(웃음)"며 "이에 대처하는 방법은 남성 팀원이 나서서 나를 소개하도록 부탁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사회적 규범은 어쩔 수 없지만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극복할 수 있도록 미소를 띠고 방안을 찾으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IMF가 조직 내 여성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에는 "우선 여성들이 어떤 카테고리에서 도전과제에 직면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구체적인 사례도 들었다. 그는 "워싱턴 D.C.에서는 육아·보육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 도전과제였다"면서 "자녀들이 있는 직원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지급해서 육아비용을 충당하도록 지원했고, 직원들은 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조직 내 여성들이 소수일 경우 원하는 역학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면서 "남성들이 성평등을 위해 적극 참여하도록 지원하고, 여성들은 멘토링을 통해 커리어 발전을 고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경제금융부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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