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실형' 안희정 사건이 '남녀연애'?…2차 가해 논란

미디어 플랫폼 '얼룩소'…2차 가해 게시글 공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질문 페이지에 올라와
이설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탈퇴하겠다" 선언

미디어 플랫폼 '얼룩소'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성 내용이 담긴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유죄판결이 확정된 상태에서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가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플랫폼 '얼룩소'가 한 얼룩커(얼룩소 이용자)의 질문을 공유하며 투표를 독려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얼룩소 X(옛 트위터) 갈무리]

지난 11일 얼룩소는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에 "(이준석 대표가) 안희정 사건을 성희롱이 아닌 남녀 간의 연애로 이해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준석 대표의 함의가 궁금합니다"라는 얼룩커(얼룩소 이용자)의 질문을 공유하며 투표를 독려하는 글을 올렸다.

해당 질문은 얼룩커가 인터뷰이에게 질문을 댓글로 남기면 인터뷰이가 직접 답변해주는 얼룩소 자체 코너 '소셜인터뷰(참여형 인터뷰)'에 달린 것이었다.

얼룩소는 한 얼룩커가 안 전 지사 전 수행 비서 문상철씨의 책 '몰락의 시간'을 읽은 뒤 이 전 대표에게 남긴 질문을 일부 가져와 X에 공유했다. 해당 글은 12일 15시 기준 25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해당 글을 본 누리꾼들은 "성폭력을 가십화한다", "구독 취소하겠다", "하루빨리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으면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오랫동안 얼룩소를 팔로우(구독)해왔다는 X 이용자 A씨는 "얼룩소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성희롱이라고 규정하고, 이준석을 끌어와 2차 가해에 동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미디어윤리특별위원장인 이설아씨가 공개적으로 '얼룩소'를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사진=얼룩소 내 '이설아' 페이지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미디어윤리특별위원장인 이설아씨는 11일 얼룩소에 '2차 가해성 SNS 게시에 항의하며 탈퇴합니다'라는 글을 작성한 이후 계정을 탈퇴했다. 이 씨는 글에서 "재판에 의해 명명백백히 성폭행으로 밝혀진 사건을 연애 정도로 깎아내리는 질문을 방치하다 못해 홍보하는 상황에 항의하는 뜻으로 계정 내 모든 글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얼룩소 인터뷰이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맡았다. 소셜인터뷰 기간은 12월 10일부터 열흘 동안 진행되며, 답변할 질문은 이용자의 업·다운 투표로 결정된다. 현재(12일 15시 기준) Top 10 질문으로는 ▲'양육비 대지급제' 관련 글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의 글 ▲중소 제조업 종사자의 글 ▲병원어플 '똑딱' 관련 건의문 ▲신당 관련 글 ▲더불어민주당 박강산 의원의 글 ▲군 인력난 문제 글 ▲흡수 통합 반대와 관련된 질의 ▲음주운전과 관련된 글 등이다.

문제가 된 질문글은 현재 '업(좋아요)' 13개, '다운(싫어요)' 12개를 받아 소셜인터뷰 소개 페이지 중에서도 하위권에 속해있다.

'38선까지 안희정' 모임에 안 전 지사 등장…'복귀설' 솔솔

지난 2일부터 이틀간 경기 양평군 한 펜션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지지자들의 단체모임 사진. 앞줄 중앙이 안 전 지사. [사진=페이스북 그룹 '38선까지 안희정!' 갈무리]

한편 안 전 지사의 팬클럽인 페이스북 그룹 '38선까지 안희정!'에는 지난 2일 안 전 지사와 지지자들이 경기 양평군의 한 펜션에서 모여 찍은 사진이 올라와 '복귀설'이 돌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2일부터 이틀 동안 펜션에서 모임을 가졌다. 안 전 지사는 2일 지지자들과 용문사를 산책하고, 이튿날에는 식당에서 식사하고 차를 마시는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38선까지 안희정!'은 지난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시절 만들어진 팬클럽이다. 대한민국 최후의 보루인 38선처럼 '최후까지 안희정을 지지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현재 1441명이 그룹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민주당 내에서 안희정계로 분류됐던 김종민 민주당 의원과 참여정부 비서관 출신인 김택수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 등 정치권 인사들이 다수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클럽 관리자로 추정되는 A씨는 페이스북 그룹 계정에 "안희정 지사님은 이제 죄인이 아니다. 모든 죗값을 치른 분을 더 이상 죄인 취급하면 안 된다"라며 "이제 우리의 만남은 다시 시작"이라는 글을 추가로 올렸다. 6일엔 지지자 19명과 안 전 지사가 양평 펜션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단체 사진이 올라왔다. 이 사진엔 '5월의 기다림'이라는 태그가 붙었는데, 내년 5월에 다시 모임을 열 것이라는 뜻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 전 지사는 2018년 4월 수행비서 간음 및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이듬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지난해 8월 4일 형기를 모두 마친 그는 경기 여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현재 피해자와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다. 안 전 지사는 공직선거법과 형의 실효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소 이후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이슈2팀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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