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오늘, 다 지나갈 거야'…죽음 막은 그 동네의 획기적 비법

뮤지컬 접목 자살 예방 교육 만든 용산구
노원구는 생명존중팀 신설해 13년 간 관리

용산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자살 예방 교육을 문화공연과 접목해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은 보성여중고에서 실시한 청소년 생명존중 뮤지컬 '나는 나비' 공연 장면.(사진제공=용산구청)

"눈물겹게 힘겨운 오늘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믿기를. 그리하여 훗날, 힘 없는 누군가의 손을 잡으며 당신의 힘을 나누기를"(용산구 ‘생명존중·생명사랑 글짓기 공모전’ 대상 수상 글)

서울 용산구(구청장 박희영)는 올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식으로 진행하던 자살 예방 교육 방식을 바꿨다. 관심을 가지고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문화공연과 접목한 것이다. 지난 8월 네 차례에 걸쳐 공연한 생명존중 뮤지컬 ‘나는 나비’ 공연이 대표적인 예다. 이 공연은 보성여·중고와 용산철도고, 선린인터넷고등학교 등 4개 학교 1280명이 관람했다.

구에서 집중 관리 대상으로 꼽은 청·장년층을 대상으로는 올해 두 차례 심리지원 프로그램 ‘마음공방’을 진행했다. 4그룹 30여명에게 20회에 걸쳐 우울 및 스트레스 검사, 독서 집단상담, 1대 1 심층 상담 등을 진행했는데 참여자 대부분이 운영 시간과 회차를 늘려달라는 등 반응이 좋았다. 지난 가을에는 생명존중·생명사랑 글짓기 공모전도 열었다.

노원구(구청장 오승록)는 오래전부터 청소년 대상 생명사랑학교, 1인 중장년층 대상 관계망 형성 프로그램 등 다양한 생명존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13년 전 전국 최초로 자살예방전담부서(현 생명존중팀)를 신설할 정도로 이 부문에 공을 들였다. 2021년부터 꾸준히 여는 ‘청소년 대상 생명사랑학교’에서는 올해에만 36개 학교, 5045명이 교육받았다. 지역 초·중·고와 대안학교 학생이 대상이다.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중장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는 ‘1인 중장년층 대상 관계망 형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매년 하는 50세 이상 1인 가구 실태조사를 통해 마음건강을 살피는데 올해는 50~64세 473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동주민센터별 복지공동체 중심으로 운영하는 요리, 나들이 등 관계 형성 프로그램 참여를 유도한다.

노원구가 자살예방전담팀을 만들어 관리한 이후 13년 만에 자살률이 30.4%나 줄었다.(사진제공=노원구청)

노원구 관계자는 "생명존중팀은 자살위험자 조기 발견 및 체계적 관리를 통해 자살률을 낮추고자 힘쓰고 있다"며 "심리상담요원과 이웃사랑봉사단을 통해 자살 위험군 2820명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살위험성 정도에 따라 월 2회에서 많게는 8회까지 전화나 방문을 통해 정서적 지원을 해준다.

자치구의 이러한 노력은 실제 수치로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자살률(인구 십만명당 자살자 수) 서울시 평균은 21.4명인데 용산구는 18.5명, 노원구는 20.4명으로 평균보다 낮다.

특히 감소율이 두드러진다. 2012년 이후 10년 새 서울시 평균 자살률이 10.1% 감소하는 사이 용산구는 30.7% 줄어 25개 자치구 중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같은 기간 노원구는 19.0% 줄었는데 자살예방전담팀을 만들기 직전 해인 2009년 자살률(29.3명)과 비교하면 13년 만에 30.4%나 감소하는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

최근 10년 새 서울에서 자살률이 가장 많이 줄어든 자치구는 용산·마포·강서·양천구 순이며 종로·서초·도봉구는 오히려 10년 전보다 두 자릿수나 증가했다. 한편, 지난해 전국 자살률은 25.2명으로 10년 전보다 10.3% 감소했다.

지자체팀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