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기자
미국 정부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거주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폭력을 행사한 일부 이스라엘인을 입국 금지하기로 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에게 폭력을 자행하는 극단주의자들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스라엘 정부에 강조해 왔다"며 "서안지구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개인에 대한 새로운 비자 제한 조치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경고해 왔다시피 미국 정부는 서안지구에서 증가하는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비자 제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밀러 대변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모두 민간인에 대한 증가하는 폭력에 적극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중 입국 금지 조치가 우선 이뤄지고 향후 이른 시일 안에 추가적인 비자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입국 금지에 오를 대상은 이스라엘인 수십명 가량이며, 기존에 미국 비자를 보유한 사람의 경우 비자가 즉시 취소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에 대한 비자 조치는 빌 클린턴 행정부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에 대해 비자 발급을 금지하는 조치를 이미 예고한 바 있다. 가자지구를 통치해온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1200여 명을 살해한 이후 팔레스타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 사건의 발생 빈도가 늘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났을 때, 서안지구에서 극단적인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해 저지른 폭력에 대한 책임을 물리는 즉각적 조처를 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지원해온 미국이 이 같은 나선 것은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최대 난민촌인 자발리아 난민캠프와 알시파 병원을 급습한 이후 국제 사회의 강도 높은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더욱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피해가 급증할 경우 아랍계 미국인 및 진보 진영에서의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