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 구례 너른 들 펼쳐지는 '방광-산동'

예상 소요 시간 약 5시간30분…난이도 '중'
고려 초기 만들어진 대전리 석불입상 만나

편집자주지리산은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1915m의 산입니다. 산맥이 전남·전북·경남에 걸쳐있는 민족의 영산(靈山)입니다. 21개 구간·20개 읍면·100여개의 마을이 지나는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면 자연과 사람, 영호남의 역사와 마주할 수 있습니다. 총 길이 300㎞로 아버지 품처럼 넉넉한 지리산 둘레길을 소개합니다.

지리산 둘레길 ‘방광-산동’은 전남 구례군 광의면 방광마을과 산동면 탑동마을을 잇는 13㎞ 구간이다. 구리재에 올라서면 구례분지의 넓은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예상 소요 시간은 약 5시간30분이고, 난이도는 ‘중’으로 분류된다.

방광마을 가운데를 보면 당산 느티나무와 돌담길이 있다. 따라 걸으면 마을의 오랜 역사를 알 수 있다. 방광마을은 천은사와 성삼재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마을 아래 천은사 계곡에서 흘러온 물줄기가 참새미골을 이룬다. 마을 입구에는 소원바위가 있는데 지리산 산신이 참새미골에 놀러 왔다가 자식을 낳지 못하는 아낙네가 바위를 품고 소원을 비는 모습을 보고 아들을 점지해줬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1200그루의 감나무가 있는 상대과수원을 지나면 ‘미륵골’에 다다른다. 이곳에는 9∼10세기경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대전리 석불입상이 있다. 높이 190㎝의 석불입상은 당시 신생 국가였던 고려의 강함을 표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불 옆에는 무릎을 꿇고 있는 보살상과 돌기둥 2개가 남아 있다.

난동마을에는 할아버지 당산과 할머니 당산, 두 개의 당산이 존재한다.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당산나무가 할아버지, 마을 안쪽에 자리 잡은 당산나무가 할머니다. 마을에서는 매년 정월 초하루 두 곳에서 당산제를 지낸다. 할아버지 당산나무 옆에는 마을 밖에서 들어오는 나쁜 기운을 막고, 마을 안에서 나가는 복을 막아 준다는 수구막이 역할을 하는 조탑이 있다. 둘레길은 마을의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야 한다. 그 길에는 소나무 몇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그 가운데 정자도 있어 쉬어갈 수 있다.

난동마을에서 임도를 따라 걸어가면 구리재에 도착한다. 구렁이를 뜻하는 ‘구리’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재에 오르는 길의 모습이 구렁이처럼 구불구불하게 생겨서 붙여졌다. 지초봉 정상에 서면 반야봉과 노고단에서 뻗어나간 서북능선, 종석대에서 뻗어온 간미봉능선, 만복대에서 갈라져 나와 구례와 남원을 가로지르는 견두산능선이 보인다. 그 아래로는 구례의 너른 들이 펼쳐진다.

구리재에서 임도를 걸어 내려가면 구례수목원을 만난다. 둘레길은 수목원을 옆 계곡길을 따라 이어진다. 수목원은 2020년 전라남도 공립수목원 제1호로 지정됐다. 다양한 자생나무들과 꽃들이 있어 생태학습과 체험을 즐기기에 좋다.

바이오중기벤처부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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