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희기자
추운 겨울날, 꽁꽁 언 몸을 녹여주던 편의점 겨울철 간식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한때 긴 줄이 늘어섰던 즉석어묵은 찾아볼 수 없게 됐고, 점유율이 미미하던 군고구마가 대세로 떠올랐다.
17일 편의점 CU에 따르면 올해 군고구마를 취급하는 전국 점포는 6000점으로 전년(5000점) 대비 20%가량 늘었다. 군고구마 취급 점포는 2017년 300점으로 시작해 2018년 1500점, 2020년 5000점으로 매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반면, 5년 전만 해도 겨울철 대표 간식으로 꼽혔던 즉석어묵은 하락세가 뚜렷했다. 올해 즉석어묵 취급 점포는 200점으로 2017년(800점)과 비교해 75% 떨어졌다. 2017년엔 즉석어묵 판매 점포가 군고구마와 비교해 3배 가까이 많았으나, 불과 몇 년 새 크게 역전된 것이다.
이같은 경향은 매출 추이로도 확인된다. GS25가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진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직전 동기(10월 27일~11월 5일) 대비 겨울철 간식의 매출 신장률을 조사한 결과, 군고구마(55.8%)가 모든 카테고리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즉석어묵(46.8%), 붕어빵(28.7%), 호빵(27.9%) 순으로 높았다.
업계는 코로나19를 거치며 나타난 '테이크아웃'과 '건강한 먹거리' 선호 현상이 편의점 겨울철 간식을 뒤바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즉석어묵은 매장에서 마스크를 벗고 직접 섭취해야 하는 반면에 군고구마는 포장이 간편해 코로나 시기에도 판매에 제한이 없었다. 여기에 편의점 주고객층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자잘한 군것질까지 건강을 고려하는 '헬시플레저' 열풍이 불면서 군고구마가 코로나 시기 급격히 영토를 확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군고구마 취급 점포 수는 코로나 발발 이전인 2018년과 이후인 2020년에 각각 1500점, 4000점으로 3배 가까이 뛰었고, 즉석어묵 취급 점포는 700점에서 480점으로 대폭 하락했다.
고물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영업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점주들이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즉석어묵을 조리하는 어묵기는 다른 조리 기기들과 비교해 커서 매장 내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데다, 가동 시 전기료 부담이 높은 편이다. 반면에 군고구마 기계는 소형으로 매장 내 비치가 용이하고 붕어빵 등 다른 음식 조리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편의점은 일반적으로 10평 내외로 좁아 한 번에 여러 가지 조리기기를 들여오지 못해 매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라면서 "몇 년 전만 해도 매장 안에서 뜨거운 국물을 섭취할 수 있는 즉석어묵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지만, 코로나를 거치며 포장이 간편한 군고구마, 호빵 등의 간식류로 대세가 완전히 넘어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