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담기자
프랑스 한 가정집에서 버려질 뻔한 그림이 2400만 유로(약 334억 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13세기 명화로 드러났다. 해당 작품은 향후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화가 조반니 치마부에(1240∼1302)가 1280년 완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롱당하는 그리스도'는 4년 전 평범한 가정집에서 자칫 폐기될 위기를 겪었다.
집 정리를 하다 이 그림을 본 90대 여성은 그냥 버리려다가 한 경매사에 평가를 의뢰했다. 감정 결과, 이 작품은 치마부에가 생전 완성한 작품 15점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은 이 그림이 단순히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오래된 성화인 줄로만 알고 부엌과 거실에 걸어뒀다고 한다.
'조롱당하는 그리스도'는 이후 경매에 부쳐져 칠레 출신 억만장자 알바로 사이에 벤덱과 그의 아내에게 2400만 유로에 낙찰됐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해당 그림을 국보로 지정해 외국 반출을 금지했다. 아울러 루브르 박물관에 이 작품 구매를 위한 기간 30개월을 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브르 박물관은 최근에서야 그림 소유주와 거래를 마쳤고, 2025년부터 이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루브르 박물관은 이 작품을 위해 얼마를 썼는지, 정확히 누구와 거래했는지 등의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가로 20㎝, 세로 26㎝의 목판에 그려진 이 작품은 치마부에가 1280년 예수의 수난과 십자가에 못 박히는 과정의 여덟 장면을 그린 목판 성상화의 일부로, 예수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조롱당하는 모습이 담겼다.
로랑스 데 카르 루브르 박물관 관장은 이 그림이 "미술사에서 주요한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면서 박물관이 이를 소유하게 된 건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한편 치마부에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무대로 활동한 르네상스 시대 화가로, 비잔틴 예술의 전통을 이어받았으며 피렌체파 화가들의 스승으로 알려졌다. 미술사가들은 치마부에가 목판에 그린 성상화는 10개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그림에 자신의 서명을 남기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