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의 하시마(군함도) 탄광, 사도 광산 등 문제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에르네스토 오토네 라미레스 유네스코 문화 사무총장보를 만나 다시 한번 강력히 반대의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하시마 탄광 등이 포함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유도하며 조선인 강제노역을 대표단 발언록과 주석(註釋)에 반영했다. 당시 대표단은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 아래 노역을 당했다"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의 징용 정책 시행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보센터 설립 등 피해자 추모 조치를 해석전략에 포함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확신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희생자 추모 조치는커녕 2020년 6월 개방한 산업유산정보센터를 강제노역 사실을 부정하는 증언과 자료로 꾸몄다. 일본 내각관방과 각 지역 정부, 개별 유산 요소 소유자 등이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한 이행계획 보고서(SOC)에서도 강제노역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최 청장은 라미레스 사무총장보와의 면담에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으로 선출되라는 제안을 받은 사실도 공개했다.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답변을 듣고 왔다"고 말했다. 세계유산위원회가 김포 장릉(章陵) 앞에 세워진 대규모 고층 아파트에 표명한 우려에 대해서는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뼈 아픈 과오이자 실수"라며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계유산영향평가법'을 발의해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