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재진 환자 위주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시행되면서 이용자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비대면진료 도입 취지에 맞춰 이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15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비대면진료 일평균 신청 건수는 246건, 이중 진료 완료 건수는 62건이다. 시범사업 이전인 5월(5000여건)과 비교하면 95% 이상 감소한 수치다. 시범사업 전환으로 비대면진료가 사실상 붕괴 수순을 걷고 있는 셈이다.
비대면진료 허용 대상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은 점이 문제로 꼽힌다. 재진으로는 1년 이내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고혈압 등 만성 질환자, 이외 질환은 30일 이내 동일 질환으로 방문 환자가 대상이다. 예외적 초진은 섬·벽지 거주자, 장애인 등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의료기관은 환자가 비대면진료 대상자인지 확인과 취소에 큰 시간을 할애하고, 대부분의 환자는 비대면진료 대상자가 아닌 탓에 불편함을 느낀다. 원산협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완료율은 5월 88.3%에서 최근 14.7%까지 떨어졌다.
이는 플랫폼 업계의 이탈로도 이어졌다. 장지호 원산협 공동회장(닥터나우 이사)은 "시범사업 이후 29개 플랫폼 기업 절반 이상이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종료했다"며 "이대로라면 남은 플랫폼들 역시 대부분 서비스를 종료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결국 대상 환자마저도 비대면진료를 이용하기 어렵게 되자 정부는 비대면진료 이용 대상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수렴하고 있다.
우선 지나치게 좁게 설정된 초진 환자의 이용 기준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야간·휴일·연휴엔 초진을 허용하고, 초진 허용 지역을 전국적인 의료 취약지로 확대하는 안이 유력히 검토된다. 재진 환자 기준도 확대하고 의료진 재량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재진 기준 일수를 확대하고 이를 넘겼더라도 의료진 판단에 따라 재진을 받을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한다.
보건복지부가 비대면진료 규제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14일 마련한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현재 비대면진료 규제가 디지털 의료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이미 선진국에선 원격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의료가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선 근거 창출조차도 안 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애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한국원격의료학회 실무위원장)는 "의료가 병원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만 이뤄지는 시대는 끝났다"며 "비대면진료는 재택의료, 원격모니터링, 디지털 치료제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이후 제도적 장애에 부딪히지 않도록 유연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