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기자
금융당국이 보험부채를 평가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을 조정한다. 할인율이 떨어지면서 보험부채가 증가, 손익과 자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보험부채 할인 요소 적용기준 및 2027년까지의 할인율 단계적 적용방안'을 공개했다.
이 방안에는 크게 ▲최종관찰만기 ▲장기선도금리 ▲유동성프리미엄을 다뤘다. 원화 기준 최종관찰만기는 2025년부터 20년에서 30년으로 변경된다. 최종관찰만기는 DLT 평가기준을 충족하는 시장금리 중 만기가 가장 긴 발행만기를 뜻한다.
장기선도금리 조정폭 한도도 0.15%포인트에서 0.25%포인트로 내년부터 상향된다. 내년 장기선도금리는 4.55%로 올해보다 25베이시스포인트(bp·1bp=0.01%) 인하된다. 장기선도금리는 최종관찰만기 이후 구간에 적용하는 선도금리다. 금감원은 당분간(약 3~4년) 장기선도금리가 매년 25bp씩 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동성 프리미엄 산출 시 신용위험 스프레드 개선방안 시행 시기는 2027년으로 연기됐다. 신용위험 스프레드를 산출할 때 신용경색 등 외부요인은 개별채권 유동성 프리미엄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방안을 2027년부터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보험부채 할인율은 20년까지는 시장에서 관찰되는 국고채 금리를, 이후 60년까지는 장기선도금리에 수렴하는 할인율 곡선을 이용하고, 무위험수익률에 유동성 프리미엄을 가산해 산출하고 있다. 개선안이 단계적으로 적용되면 우선 20~30년 구간 할인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장기선도금리 조정폭이 확대되며 30~60년 구간 할인율도 떨어질 전망이다. 또한 유동성프리미엄이 축소되면서 전 기간에 걸쳐 할인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부채 할인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결국 보험부채가 증가한다는 의미다. 자본에서는 기타포괄손익누계액 하위항목인 보험계약자산 순금융손익이 감소하면서 자본이 줄어들게 된다.
시중금리 변동에 따른 자본 변화는 자산에서의 변동과 부채에서의 변동이 서로 상쇄되지만, 부채 할인율이 떨어지는 것은 자산 변화 없이 부채 증가만 반영되는 것이다. 때문에 자본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단계별로 시행된다는 점과 그동안 보유계약이 경과되면서 가용자본이 증가하고 총위험액이 감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지급여력제도(K-ICS) 영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당 기간 신계약을 판매하면서 가용자본을 늘려가는 등 보험사별 K-ICS 방어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시가평가 기준의 지급여력제도를 도입한 유럽에서도 장기선도금리를 하락시키는 모습이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2022년 5.2% 수준에서 15bp씩 인하해왔다. 장기선도금리 인하 자체는 예상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감독당국은 할인율 인하 속도를 25bp로 높였다. 때문에 K-ICS의 절대 수준과 관리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강 연구원은 "적립보험료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생명보험사가 그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