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협상에 AI챗봇 투입한 獨지멘스…공급망 관리에 AI 도입 잰걸음

다국적 기업들 AI챗봇 속속 도입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다국적 기업들의 공급망 관리에도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지정학적 변수들과 기후변화·인권 문제 등 공급망 안정을 위협하는 불확실성이 다변화되는 가운데 복잡한 연산을 단숨에 처리하는 AI 기술이 공급망 관리를 대체하는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최근 AI 기반 공급망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인 '팩텀'에서 개발한 AI 챗봇 서비스를 구매 업무에 투입했다. 과거 고객 취향 분석과 경험 개선 등 서비스 분야에 집중됐던 AI 기술을 상품 구매 협상과 가격 책정 등의 업무로 확장한 것이다.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도 팩텀과의 AI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말 팩텀에 2000만달러(약 266억원)를 투자했다. 해운·물류분야는 생성형 AI 기술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분야 중 하나다. 툭하면 터지는 공장 가동 중단과 선적·세관 등 수많은 돌발변수를 관리해야 하는 산업 특성상 이 변수들을 예측하고 통제하는 업무에 AI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화물운송 관련 정보업체인 프레이토스가 이달 초 전 세계 물류기업 임원 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글로벌 공급망 전문가의 최대 96%가 생성형 AI 기술을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현재 팩텀은 포춘 500대 기업들을 대신해 최대 100만달러 상당의 공급망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팩텀 공동 창업자인 카스파 코르주스는 "우리의 AI챗봇 서비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지정학적 변수들이 연이어 출몰하는 상황에서 수만개에 달하는 공급업체에 접촉하고 대응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공급망 안정을 위협하는 중국과의 디커플링 전략이 확대되고, 기후변화와 관련한 규정 준수, 인권 문제 등이 급부상하면서 점차 복잡해지는 공급망 리스크 관리에 생성형 AI가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도 있다. 독일 지멘스와 영국 유니레버는 독일 AI 스타트업 스카우트비의 AI챗봇 서비스를 활용해 노동 인권 이슈가 있는 중국 기업을 대체할 신규 공급망을 찾는 업무를 자동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중국발 공급망 교란에 상당한 압박을 받아왔던 이들 기업들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공급망 탈(脫) 중국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외신들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재개) 이후 물류 지연과 공급망 혼란 문제는 다소 해소됐으며, 원자재와 부품 공급 병목 문제는 여전히 생산을 압박하고 있다"면서 "중국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더 많은 기업이 생성형 AI 도입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인권실사 의무화 법안도 생성형 AI 도입 속도를 빠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 앞서 영국과 프랑스는 2015년, 2017년 이 법안을 도입했고, 독일도 올 초부터 해당 법안을 시행 중이다.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자국 내 활동하는 외국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이 법안은 직간접 공급업체들의 노동 인권과 환경 문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관리하고 이를 위반한 기업에는 매출액 기준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국제1팀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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