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길기자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호주에서 태양광 발전으로 만든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들고, 이를 암모니아로 변환해 국내로 들여오겠다는 구상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아연 등 비금속을 제련해서 수출해온 고려아연이 꿈꾸는 신재생 연계 수소 프로젝트다. 고려아연은 2030년 100만t 이상 녹색 암모니아를 운송하는 국제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의 수소 사업은 호주의 퀸즈랜드주에서 출발한다. 고려아연의 현지 자회사 아크에너지는 노스 퀸즐랜드에 최대 발전용량 3000MW를 갖춘 19만㎡ 규모의 콜린스빌 그린 에너지 허브(Collinsville Green Energy Hub)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에 발전설비와 대규모 수소·암모니아 생산시설을 만들어 수소 생산을 시작하게 된다. 국제적인 녹색수소 공급망인 셈이다. 녹색수소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물을 분해해 만든 수소를 뜻한다.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뿜어내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고려아연은 아크에너지, 한화임팩트, SK가스와 컨소시엄을 구상하고 이러한 그린 에너지 분야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과 호주의 돈독한 관계도 도움이 됐다. 고려아연은 1996년 퀸즐랜드에 아연 제련소 선메탈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무려 30억호주달러(약 2조5000억원) 이상 투자를 해왔다.
많은 전력이 필요한 제련업의 특성상 고려아연은 일찌감치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2018년 SMC 제련소 부지 내에 당시 호주 최대 규모인 125MW급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본격화해, 매년 SMC 제련소가 필요로 하는 전력수요의 25%를 태양광 발전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오는 2025년에는 맥킨타이어 풍력발전소 설비를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호주도 이 프로젝트에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 아나스타샤 팔라쉐이 호주 퀸즐랜드주 수상은 직접 컨소시엄 출범을 축하하면서 "노스 퀸즐랜드와 동북아시아를 연결하는 새로운 녹색 에너지 수출 통로를 구축하고, 지역 사회의 번영을 촉진하며, 한국과 호주의 탈탄소화를 지원하고자 하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려아연을 효율적인 수소 운송을 위해 수소-암모니아 변환 기술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의 스타트업 아모지에 3000만달러(약 390억원)를 투자하고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아모지는 암모니아 연료전지 시스템을 기반으로 트랙터와 트럭 운전에 성공했다. 여기에 해상 운송을 추가해 모든 운송 분야에 암모니아를 동력으로 변환시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 생산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아모지와 제휴로 호주에서 생산된 액화 암모니아를 해상운송을 통해 국내에 공급, 국내 녹색수소·암모니아 판매자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완성한 셈이다.
이러한 고려아연의 변신은 1975년생 최윤범 회장의 승부수다. 작년 12월 고려아연 회장 자리에 오른 최 회장은 비금속 제련업에서 신재생·수소, 자원순환, 2차전지 소재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른바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사업 영역 확장을 추진하면서 3세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 6월에 열린 '코리아 H2비즈니스서밋' 2차 총회에 참석해 지속적인 수소 사업의 의지를 공식화했다. 또 지난달 24일 직원들과 타운홀미팅에서 "호주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건설과 그린 수소·암모니아를 생산하는 플랜트 구축에서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