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경북 울릉군이 운영하는 물놀이장에서 놀던 초등학생이 취수구에 팔이 끼여 37cm의 얕은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일 경찰과 울릉군 등에 따르면, 1일 오전 11시 4분께 울릉군 북면 현포리 해수풀장에서 초등학교 6학년 A(12)군이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은 119구조대가 현장에 출동했을 때 A군은 취수구에 왼쪽 팔이 낀 채 물에 잠겨 있었고,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A군이 발견된 곳은 풀장 내 미끄럼틀 아래 설치된 취수설비 공간으로 알려졌다. 이 설비는 물을 끌어 올려 해수풀장 미끄럼틀 위에 달린 대형 양동이에 물을 채운 뒤, 양동이가 무거워지면 아래로 물 폭탄이 쏟아지도록 하는 장치다.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는 취수구 주변에는 관리자가 드나들 수 있는 작은 문이 있었다. 사고 당시 출입문은 잠겨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의 팔이 빨려 들어간 취수구의 지름은 13~15cm 크기고, 사고가 난 해수풀장의 수심은 37cm로 얕았다. 하지만 취수구에서 물을 빨아들이는 수압이 강해 A군이 미처 팔을 빼지 못해 사고를 당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119대원들도 곧바로 A군의 팔을 빼지 못해, 소방 펌프로 풀장의 물을 빼낸 뒤 심폐소생술을 하며 A군을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해수풀장을 관리하는 울릉군을 상대로 취수구 문을 제대로 관리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수심이 수십cm에 불과한 물놀이장에서 유아와 어린이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안전불감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인천 서구의 한 키즈풀 카페에 설치된 수심 67cm 수영장에서 2살 아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6일에는 경기도 가평의 한 풀빌라에서 20개월 된 아이가 수심 80cm 풀장에 빠져 숨졌다. 이외에도 지난 1일 강원도 영월 펜션 수영장에서 3살 아이가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재난 관련 전문가는 폭염 등 날씨 탓에 물놀이 시설이 갖춰진 곳에 이용객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안전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