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도심에 위치한 국제비즈니스센터가 무인기(드론) 공습을 받아 건물 일부가 파손되는 피해를 입는 등 모스크바가 이틀 연속으로 드론 공습을 당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해당 드론 공습이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며 모두 격추했고 사상자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러시아 안팎에서는 전쟁 장기화와 후방지역 직접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이날 새벽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전날 밤 새 드론 몇 대가 모스크바로 비행하던 도중 방공망에 격추됐다"며 "일부 비즈니스센터 건물의 21층 전면이 파손됐고, 150㎡ 넓이의 창문들이 부서졌지만 사상자는 없다"고 밝혔다.
영국 BBC에 따르면 모스크바는 이틀연속 드론 공습을 받았으며, 이번에 공격을 받은 모스크바-시티 단지 내 비즈니스센터 건물은 러시아 경제개발부, 디지털부, 산업무역부 사무실 등이 집결한 곳이다. 해당 부서 직원들에게는 당분간 재택근무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는 곧바로 해당 공습의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며 비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3대의 드론으로 모스크바와 모스크바주의 시설들을 공격했다"며 "이중 2대는 모스크바 서쪽 외곽 지역에서 방공망에 격추됐고, 다른 한대는 전자전 장비에 요격돼 모스크바-시티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드론 비행 경로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 모스크바 서남쪽 외곽의 브누코보 국제공항은 일시 폐쇄됐다. 공항 측은 "오전 2시53분부터 3시26분까지 항공기 이착륙이 제한됐으며 오전 3시50분 제한이 해제됐다"고 밝혔다.
아직 우크라이나 당국이 공식 입장을 표명치 않고 있지만, 러시아 안팎에서는 이번 공습이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후방교란 작전의 일환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부터 자체적으로 장거리 공습용 드론을 개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선지역이 아닌 모스크바와 같은 후방 대도시를 공습해 전쟁에 대한 공포심을 높이고 반전여론을 높이는 것이 주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비행 영상, 시제품, 잔해 이미지, 전문가 견해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우크라이나가 자체 개발한 드론인 보버, UJ-22 에어본, 미확인 드론 등 3가지 모델로 파악됐다"며 "우크라이나 드론의 목표는 러시아에서 서서히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