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사건' 교사들 잇따라 증언… '민원 수준 상상 초월, 울면서 찾아와'

서울교사노조, 제보 사례 공개
학교폭력 사태 후 학부모 수십 통 전화
"고인, 작년보다 10배 더 힘들다 해"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고인의 학급에서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이 있었다는 다수의 제보가 확인됐다.

서울교사노조는 21일 최근 서이초에서 근무했거나 현재 근무 중인 교사들의 제보를 받아 공개했다.

서이초에서 학교폭력을 담당했던 A교사는 학교폭력 민원과 관련된 대부분의 학부모가 법조인이었으며 "나 뭐하는 사람인지 알지? 나 변호사야"라는 말을 하는 학부모도 있었다고 전했다.

A교사는 학교폭력 업무 당시 서이초의 민원 수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제보했다. 학부모 민원이 너무 많아 대부분의 교사들이 근무를 매우 어려워했다고 전했다.

B교사는 지난해 3월부터 서이초에 저경력 교사 5명이 근무했다고 했으며 저경력 교사가 근무하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었다고 밝혔다. 해당 교사는 "경력이 있었던 나도 힘이 들었는데 저경력 교사가 근무하기에는 매우 힘든 학교"라며 "울면서 찾아온 후배 교사에게는 위로를 해 주고 도움을 준 적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그러지 못했다"고 자책을 했다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고인과 같이 근무했던 C교사는 "고인의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고인이 매우 힘들어했다"고 증언했다.

D교사는 고인의 학급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있었고, 가해자 또는 피해자의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했다고 제보했다. 이에 당시 고인은 "내가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 준 적이 없고, 교무실에도 알려준 적이 없는데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 소름끼친다. 방학 후에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고인의 학급에 "선생님 때문이야"라고 수업 시간에 소리를 지르는 학생이 있었다고도 전해졌다. 고인은 "출근할 때 그 학생의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D교사는 전했다.

E교사는 사건 당시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고인에게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것이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라고 발언했다고 증언했다. 고인은 근황을 묻는 동료교사의 질문에 "작년보다 10배 더 힘들다"고 말했다고 E교사는 말했다.

F교사는 "학교 차원에서 함구하라고 해서 그냥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같은 제보 사실에 대해 교사노조는 "아직 경찰에서는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외부 정황이 없다’는 의견만을 내놓고 있다"며 "교사노조는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정황을 추가 제보를 받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교육당국을 향해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19일 서울시교육청은 입장문을 내고 "현재 경찰에서 정확한 사고 원인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서이초 교장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지난 3월1일 이후 고인의 담당 학급의 담임 교체 사실이 없으며 해당 학급에서 올해 학교폭력 신고 사안은 없었다"면서 "해당 교사가 교육지원청을 방문한 적도 없다"고 학부모 갑질 의혹을 부인했다.

사회부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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