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월북 주한미군 병사 석방될 확률은

탈북 이후 신원조사 가능성… 아직 공식확인 없어

미군 트래비스 킹 이등병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으로 넘어간 사건과 관련 “자진 월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이 재개된 가운데 19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3초소에서 바라본 북한 기정동 마을에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19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그 병사가 미국 본토로 송환 예정이었는데 무단으로 넘어간 것"이라며 "혼자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자진해서 월북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측이 유엔사 채널을 통해서 북측에 확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미측이 북한군-유엔사 직통전화 등의 소통 채널을 통해 북측에 신변 등을 확인하고 있다는 답변으로 보인다.

신 차관은 ‘송환을 위한 협상이 벌어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앞으로 가능성은 열어두고 접근할 것"이라며 "현재 미국의 입장에서는 그 병사의 안전을 우선순위로 놓고 송환받기 위한 노력을 전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미국은 유엔사사령관을 겸직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접근과 별개로 외교 루트를 통해 북한과 협상을 타진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북한은 인도적 차원에서 협조한다는 명분을 손에 쥔 채 미국과 전격 대화에 응할 수 있다.

자진월북 땐 체제 선전용 활용 후 북한에서 재판미군 병사 폭행혐의 등 전력에 되돌려보낼 가능성도월북 빌미로 군사적도발 조절하면서 협상 시도

문제는 북한이다. 오후 1시 현재 북한 매체엔 이 사건에 대한 아무런 보도도 나오지 않고 있다. 북한은 월북 미군의 신원을 조사하고 입북 동기와 배경, 자발적 월북의 진위 등을 따져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12월 24일 재미교포 인권운동가 로버트 박이 입북하자 북한은 그를 억류하고서는 닷새 뒤 조선중앙통신 보도로 억류를 공식 확인한 바 있다. 이후 억류 42일 만이던 2010년 2월 5일 다시 조선중앙통신이 그의 석방 결정 소식을 전했고, 로버트 박은 다음 날 중국으로 풀려났다.

조사를 마친 뒤 북한은 미군이 자진 월북했다며 체제 선전에 활용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 본인의 의사에 반해 장기 억류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대개 북한에서 재판받는 경우다.

2012년 11월 입북 및 억류돼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2014년 11월이 돼서야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가 대표적이다. 월북 미군 병사가 한국에서 폭행 혐의로 체포된 전력이 있고 추가 징계를 위해 미국으로 이송될 예정이었다는 외신 보도 등을 고려하면 북한이 그를 받아들이지 않고 되돌려보낼 가능성도 작진 않다.

북한이 월북 병사를 돌려보내려 한다면 그 과정에서 이를 대미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할 공산이 크다. 과거 억류된 미국인을 데려오기 위해 미국의 고위급 인사가 직접 방북해 협상에 나섰던 전례가 많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무단 입북한 재미교포 대북 인권운동가 로버트 박은 42일 만에 석방됐다. 당시 북한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가 김정일에게 전달되는 등 북미 관계가 조금씩 풀려나가는 상황이었기에 해빙 무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을 신속하게 해소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보다 앞선 2009년 3월 북·중 국경지대에서 북한을 취재하다가 북한에 억류된 미국 기자 2명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같은해 8월 직접 방북해 김정일과 대면한 뒤 풀려났다. 미국인 기자들을 석방할 명분이 필요했던 북한, 북한을 상대로 한 다양한 노력이 중단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했던 미국 등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던 시기다.

미국은 판문점의 유엔군사령부에 더해 뉴욕 유엔과 중국 채널은 물론 북한 내 미국의 이익대표국인 스웨덴까지 총동원해 자국민 보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북한으로서는 절차를 밟으며 미국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북미 간에 월북 미군 병사의 송환을 위한 접촉이 이뤄진다 해도 비핵화 논의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냉랭해질대로 냉랭해진 북미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미군 월북 사태를 미국과 대화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면 도발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이날 새벽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와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의 국내 기항 등에 반발해 탄도미사일을 기습 발사했지만, 이는 계획된 일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월북 미군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도발 페이스를 조절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미다.

정치부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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