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 청렴국’ 싱가포르 장관, 부패 혐의로 체포

교통부 장관 체포…보석 풀려났으나 출국 금지
호텔·부동산업계 억만장자와 부정 거래 추정

'부정부패 청정국'으로 꼽히는 싱가포르에서 교통부 장관이 부패 혐의로 체포됐다.

15일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반부패 조사기구인 부패행위조사국(CPIB)은 “이스와란 교통부 장관을 지난 11일 체포했으며, 이후 보석으로 석방했으나 출국금지 조치했다”고 전날 밝혔다.

이스와란 장관과 함께 말레이시아 출신의 싱가포르 호텔·부동산업계 거물인 옹벵셍도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CPIB는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부정한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 전역에 고급 호텔과 리조트를 보유한 호텔프로퍼티스의 설립자 옹벵셍은 10억달러(1조3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가진 억만장자다. 그는 싱가포르에 포뮬러원(F1) 그랑프리 대회를 유치한 인물이기도 하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가장 청렴한 국가로 유명하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지난 1월 발표한 ’2022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스웨덴과 함께 국가청렴도 공동 5위에 오른 바 있다.

이스와란 싱가포르 교통부 장관 [이미지 출처=AFP 연합뉴스]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축출된 싱가포르는 단일국가로 독립한 뒤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여기에는 능력주의·실용주의를 중심으로 한 정책과 함께 철저한 부정부패 척결이 바탕이 됐다.

싱가포르에서 공무원은 ‘꿈의 직장’이다. 싱가포르는 부패 방지를 위해 공무원들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고액 봉급을 지급한다. 일반 서민 임금의 80~100배에 해당하는 액수다. 의원 연봉이 수억원에 달하며, 장관은 연간 약 82만2000달러(10억5000만원)를 받는다. 총리의 경우 미국 대통령의 몇 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초등교육부터 대학까지 매번 시험을 통해 소수 정예만이 대학에 입학하는 능력주의 교육 시스템을 도입,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 엘리트만 국가의 요직에 앉을 수 있다. 그만큼 부정부패를 저지른 공무원에게는 강력한 처벌이 따른다.

이런 싱가포르에서 최고위 공직자가 비리 사건으로 체포된 것은 이례적이다. 장관급 인사가 뇌물 수수 등 부패 혐의에 연루된 것은 1986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슈2팀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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