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신호탄'…가공식품 10개중 9개 올랐다

지난달 가공식품 10개 중 9개 품목이 1년 전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자릿수 이상 상승한 품목도 40% 달한다. 가공식품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곡물·팜유 등 국제 원자잿값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지만, 국내 소비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수준은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5월 가공식품 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7.3%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전체 73개 품목 중 68개(93.1%) 품목이 1년 전보다 올랐다. 잼(35.5%)을 비롯해 드레싱(31.8%), 물엿(22.7%), 맛살(22.1%), 치즈(21.9%)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10% 이상 오른 품목 역시 29개(39.7%)로 1년 전 같은 기간(22개, 30.1%)보다 7개 품목 늘었다. 최근 정부가 지적한 라면(13.1%)보다 상승률이 높은 품목도 파스타면(19.6%), 당면(16.9%) 등 14개에 달했다. 이에 반해 가격이 하락한 품목은 건강기능식품(-3.7%), 간장(-1.5%), 유산균(-1.1%), 이유식(-0.9%), 맥주(-0.1%) 등 5개에 그쳤다.

가공식품 물가는 곡물·팜유·원유 등 국제 원자잿값과 깊은 연관이 깊다. 제품의 주원료인 원자잿값이 상승하면 소비 제품 구매는 1~2분기 시차를 두고 오르게 마련이다. 다만 가공식품은 한번 가격이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아 전체 물가 상승에 영향을 장기간 끼칠 수 있다. 실제 올해 5월 전체 물가에 대한 가공식품의 물가 기여도는 0.64%포인트로, 소비자물가 상승세의 촉매제 역할을 해온 석유류의 기여도(-0.99%포인트)를 크게 앞섰다.

최근 정부가 라면값을 직접 거론하며 가격 조정을 권고한 이유다. 높은 가공식품 상승률을 잡지 못할 경우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 부담은 여전히 클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등으로 지난 3월 최고치(159.7)를 기록한 후 올해 5월 124.3으로 꾸준히 하락했으나 실제 장바구니 물가에 반영되는 수준은 미비한 실정이다.

더욱이 올해 원유가격이 리터당 69~104원 범위에서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가공품류 및 아이스크림 등 일부 가공식품 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라면 가격 담합 조사 검토에 나서며 국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에 대한 안정화에 힘을 싣고 있으나, 일각에선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라는 지적에 당분간 장바구니 물가 잡기에 고심이 더 커질 전망이다.

경제금융부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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