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세·물가둔화·금융안정 유의해 통화정책 운용'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한 가운데 앞으로 성장세·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기로 했다.

8일 한은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경제가 낮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물가상승률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추가 인상 필요성은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 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방침이다.

한은은 인플레이션 경로상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으로 진단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둔화하고 있으나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는 과거 둔화기에 비해 상당히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근원물가의 경직성은 에너지가격 상승 등 누적된 비용상승 요인의 2차 파급영향과 양호한 소비회복 흐름·고용상황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유로지역에 비해 전기료·도시가스 요금 등이 점진적으로 인상됨에 따라 향후 근원물가에 추가적인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고, 서비스 소비가 펜트업 효과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노동시장도 양호한 모습을 보이면서 물가상승 요인으로 가세하고 있다.

성장세 둔화 흐름…반도체 회복 시점 불확실

국내 경제는 민간소비 회복 흐름에도 불구하고 대중국·IT부문을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성장세 둔화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경제의 회복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내수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대중 수출 증가를 통한 긍정적 파급효과가 미진한 데다 중국 내 제조업 재고가 여전히 높고 그간의 공급망 내재화 노력으로 자급률이 상승하면서 중간재 수입 수요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경제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수요둔화 등에 따른 단가 하락과 물량 감소가 동반되면서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주요 전망기관들은 하반기 중 반도체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나 과거에 비해 높은 재고 수준, 고금리 지속에 따른 내구재 소비제약 가능성 등으로 회복시점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은은 "국내경제는 하반기로 갈수록 중국 리오프닝 영향 가시화, IT경기 회복 등 대외여건 개선에 힘입어 수출을 중심으로 점차 개선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가계 구매력과 민간 투자여력 약화, 부동산 경기 부진 등은 성장에 대한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 당분간 하방압력…상업용 부동산 부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금융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점도 향후 통화정책에서 고려해야 할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주택시장이 정부 규제 완화에 힘입어 매매·전세가격 하락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높은 금리 수준, 전세시장 불안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하방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경우 부진이 지속되면서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대출 연체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부실 위험이 높아진 상황이다. 비은행 금융기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상당 부분이 상업·업무용과 아파트 제외 주거용 부동산 개발에 활용되면서 관련 시장 부진이 연체규모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또 코로나19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한 자영업자 대출의 상당 부분이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하고 있어 향후 부동산 시장 부진이 여타 부문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 속도도 변수다. 미국의 향후 정책금리 경로 관련, 금융시장에서는 하반기부터 Fed가 정책기조를 전환(pivot)할 것이라는 기대가 증대된 반면 다수 Fed 인사들은 높은 수준의 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은 최근 긴축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한은은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5월 이후 미국과의 정책금리 격차가 1.75%포인트까지 확대되고, 미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했음에도 원·달러 환율은 제한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며 "다만 주요국의 정책금리 경로에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으로 향후 발표되는 지표에 따라서시장참가자들의 국내외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빠르게 조정, 원·달러 환율 상승압력이 재차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금융부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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