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인턴기자
뉴질랜드의 한 피자 체인이 '고객 사후 지불 시스템'을 마련했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뉴질랜드 피자 체인 '헬 피자'는 고객이 사망한 후에 유언장을 통해 피자값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사후세계 지불'(AfterLife Pay) 방식을 도입했다.
뉴질랜드 '헬 피자'의 사후세계 지불 이벤트. [사진 출처=헬 피자 홈페이지 캡처]
고객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자신의 유언장에 피자값 청구서를 포함해 재산을 처리할 것을 약속하는 방식이다.
고객은 헬피자의 변호인과 직원이 작성한 유언장 보충서에 자신의 이름과 세상을 떠날 때 헬 피자에 지급해야 할 금액, 사 먹은 피자의 이름을 적어야 한다. 또 두 명의 증인과 함께 계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헬 피자는 지난달 25일부터 이 시스템을 시작했는데, 현재까지 1만명 이상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피자 체인은 '헬'(지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각각 666명에게 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시드니에 거주하는 테리나 조슬링(32)은 이 이벤트를 봤을 때 지난해 8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생각났다면서 "아버지의 유언장과 유산을 살펴보는 것이 힘들었는데, 가족들이 내 유언장을 읽을 때 몇십년 전의 피자 청구서에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라고 신청 이유를 전했다.
뉴질랜드 '헬 피자'의 사후세계 지불 이벤트 계약서의 일부. 사후 세계에서 피자 값을 지불할 것임을 선언하는 선언문 형식이다. [사진 출처=헬 피자 홈페이지 캡처]
벤 커밍 헬 피자 최고경영자(CEO)는 "잠재적으로 무료로 피자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세상을 떠날 때까지 피자값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뉴질랜드가 생필품 등을 구매하기 위해 '선구매 후지불' 방식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상환 수수료가 증가했고, '선구매 후지불' 금액의 10.5%가 연체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것에 대응하는 이벤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구매 후지불'은 소비자가 물건 구매 비용을 수개월 혹은 수년 뒤에 낼 수 있지만, 무이자가 아닐 경우 수수료와 위약금이 부과돼 과소비하는 소비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또 신용카드보다 접근 가능성이 좋아 이용자들의 부채가 더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커밍 CEO는 '선구매 후지불' 서비스가 확대돼 고객들의 빚이 늘어나는 상황에 '헬 피자'는 따르지 않겠다면서 이 '사후세계 지불' 방식을 도입했고, 연체료나 위약금을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커밍 CEO는 계약서를 쓴 고객이 사망한 뒤 피자값 지불과 관련한 계약을 어떻게 집행할지 불분명하지만, "먼 훗날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헬피자는 1996년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처음 문을 열었고, 현재 뉴질랜드 내에 77개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