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톡]AI 인기에 뜨거워진 DDR5...시장 침투율 어디까지 왔나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가 나타나면서 메모리업계가 더블테이터레이트(DDR)4 위주의 D램을 차세대 DDR5로 전환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차세대 D램 규격으로 떠오르고 있는 DDR5의 시장 침투율을 얼마나 빨리 높이느냐에 메모리반도체업계의 성패가 달려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5세대 10나노급 DDR5 D램

5일 반도체업계에서는 D램 시장의 DDR5 침투율을 현재 10% 안팎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직전 버전인 DDR4가 대세다. DDR5란 DDR D램이 2001년 출시된 이후 5번째 업그레이드된 기술 표준을 말한다. 기존 DDR4 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빠르고 전력소모도 적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DDR4의 점유율이 올해까지는 DDR5보다 높아 대세로 자리잡겠지만, 적어도 내년부터는 DDR5가 더 많이 출하돼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3% 수준이었던 DDR5의 시장점유율은 올해 12%, 2024년 27%, 2025년 42%까지 높아질 것으로 봤다. 반면 DDR4는 지난해 53%로 꼭지를 찍은 후 올해 36%, 2024년 23%, 2025년 8%로 급격한 하락세를 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좀 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옴디아 통계를 토대로 DDR5 침투율을 올해 말 26%, 2024년 상반기 35%, 2024년 말 48%까지 예상했다. AI 투자 증가에 따라 DDR5 고용량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이는 DDR5 침투율을 빠르게 확대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전반적인 D램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곤두박질치고 있는 가운데 DDR5는 DDR4보다 가격대가 높고 가격 하락폭도 덜한 수준이다. 옴디아는 작년 4분기 각각 18.50달러, 84달러였던 DDR4 PC용(8GB)과 서버용(32GB) 가격이 올해 2분기 말에는 12.80달러, 60달러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DDR5은 PC용과 서버용이 작년 4분기 각각 22달러, 108달러에서 올해 2분기 말 14.30달러, 74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DDR4, DDR5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가격 하락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SK하이닉스의 5세대 10나노급 DDR5 D램

업계 관계자는 "DDR4 범용 제품의 가격 하락은 수급 불균형에 의한 것이지만 DDR5는 제품 출하 초기 때보다 원가 구조가 개선되면서 프리미엄이 빠진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DDR4 범용 제품의 가격 낙폭을 줄이기 위해 감산하더라도 DDR5는 감산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가격 하락을 끝내고 랠리(반등)를 시작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일한 제품이 DDR5"라며 "5월 말 한국의 두 공급업체(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DDR5 제품 견적 가격을 올리려 시도했다"고 전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DDR5 전환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D램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존 D램 중 가장 미세화된 10나노(㎚·1㎚는 10억분의 1m)급 5세대 DDR5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검증과 양산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출하 태세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선단 10나노급 5세대 공정으로 16Gb(기가비트) DDR5 D램 양산을 시작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AMD 플랫폼 기반 호환성 검증도 마쳤다. 이전 14나노급 제품 대비 생산성이 20% 향상돼 웨이퍼 1장당 더 많은 양의 메모리를 생산할 수 있다. 최고 동작속도는 7.2Gbps(초당 7.2기가비트)를 지원한다. 1초에 30GB 용량의 초고화질(UHD) 영화 2편을 처리할 수 있는 속도다. 소비전력은 이전보다 23% 개선됐고 안정적인 동작 성능을 발휘한다.

SK하이닉스도 최근 10나노급 5세대 기술이 적용된 DDR5를 인텔에 제공해 ‘인텔 데이터센터 메모리 인증 프로그램’ 검증 절차에 돌입했다. 인텔의 서버용 플랫폼인 제온 스케일러블 플랫폼에 사용되는 메모리 제품의 호환성을 공식 인증하는 절차다. 이번에 인텔에 제공된 DDR5 제품은 동작속도를 인텔의 요구 수준인 6.4Gbps로 맞춰 4.8Gbps 였던 DDR5 초창기 시제품보다 속도를 33% 높였다.

산업IT부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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