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기자
올 상반기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동학개미 군단과 미국과 중국, 일본 투자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의 성적을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수익률로 단순 비교한 결과 동학개미가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주식 투자자 중에선 일본 증시에 투자한 일학개미 성적이 괜찮았다. 전체 투자 규모와 지수 상승률만 놓고 보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의 성적이 우수할 확률이 높았지만, ‘하한가 따라가기(하따)’ 전략을 펼치며 디폴트 우려가 큰 미국 지방은행 주식을 사들이거나, '밈(Meme·유행성 테마)' 주식을 대거 매수해 손해를 본 사람이 많았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국내 주식 10개의 단순 평균 수익률은 62%로 집계됐다. 평균 상승률이 60%를 넘은 건 개인들이 올해 급격한 오름세를 보인 이차전지 주식을 대거 사들였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에코프로(순매수 2조880억원)다. 올 들어 지금까지 에코프로 주식을 보유했다면 411%대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어 에코프로비엠(170%), 포스코퓨처엠(81%), 홀딩스(33%), SK이노베이션(23%) 순으로 수익률이 높았다. 모두 대표적인 이차전지 관련주다.
일본 증시에 투자한 일학개미 수익률도 양호했다. 일본 주식 순매수 상위 10개의 평균 수익률이 20%대를 기록했다. 중국과 미국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각각 ?15%, -16%로 부진했다. 같은 기간 국가별 대표지수 수익률을 보면 미국 나스닥지수가 25%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닛케이평균주가(20.44%), 코스피(15%) 상하이종합지수(3.5%) 순이었다. 그러나 개인 지갑에 꽂힌 수익률은 지수 상승률과 달랐다.
일학개미가 사들인 종목의 특징을 보면 경기소비재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탄탄한 내수시장 덕분에 소비재 기업 실적이 나아지자 투심이 몰렸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 소비와 민간 투자를 합친 전체 내수 비중은 70%대에 이른다.
주가도 덩달아 오름세를 보였다. 일학개미가 세 번째로 많이 사들인 소니(175억원) 주가는 올 들어 31%나 급등했다.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는 33%, 닌텐도는 10% 가까이 올랐다. 미국의 강도 높은 금리 인상으로 엔·달러 환율이 기록적으로 낮아지자 대형 상사는 물론, 엔화값 상승 수혜를 노릴 수 있는 종목에도 자금이 몰렸다. 워런 버핏이 소유한 버크셔 해서웨이가 담은 마루베니 상사는 연초 이후 43% 올랐다. 미국 나스닥 주식을 엔화로 투자하는 ‘넥스트 펀드 나스닥 100’은 나스닥 100지수 상승 영향만으로 40%나 급등했다.
서학개미는 지수 상승에도 웃지 못했다.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와 바닥을 노린 '하따' 전략이 실패해 일부 투자자의 경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일 것으로 추정된다. 서학개미들은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하락 3배 ETF’를 1691억원어치 사들였는데 올해 초 매수해 현재까지 가지고 있다면 70% 넘게 손해를 봤을 것으로 추산된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반도체 기업 주가가 2분기 들어 급격하게 오름세를 보인 가운데 반도체주 하락에 베팅한 해당 ETF 수익률이 곤두박질쳐서다. 예상보다 따뜻한 날씨 때문에 천연가스 재고가 더 많이 쌓이면서 ‘프로쉐어 울트라 블룸버그 천연가스 ETF’ 수익률도 -81%를 기록했다. 지역은행과 밈 주식 베팅도 불발로 끝났다. 서학개미들은 미국 중소형 은행인 ‘퍼스트 리퍼블릭’(1378억원)과 밈 주식으로 알려진 ‘베드배스앤드비욘드(864억원)’를 사모았는데, 두 주식 모두 상장폐지됐다. 미처 팔지 못했다면 휴지 조각이 됐다.
중국이나 홍콩 증시에 투자하는 중학개미들은 코로나19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특수를 기대하고 소비재나 여행 관련 종목을 대거 사들였다. 그러나 중국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위안화 가치 급락, 코로나19 재유행 우려 확산 등으로 중국 증시와 투자 기업 모두 우하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엔 중국 정부의 고질적인 부채 문제가 다시 부상하면서 증시 흐름이 여전히 좋지 않다. 술 제조 업체 귀주마오타이는 올해 들어 3.6% 내렸다. 여행 관련 종목인 상하이국제공항(-19%), CTG면세점(-40%), 트립닷컴(-9%) 등도 내렸다.
전문가들은 리오프닝 부진 실망감에 중국 주식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가격 메리트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 정부 정책 등에 힘입어 성장 잠재력이 큰 이차전지나 태양광 산업, 내수 경기와 기업 이익 반등을 염두에 둔 금융업 등에도 관심을 둘 만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달 중국의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증가세가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하는 등 경제지표 부진으로 ‘포치(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을 웃도는 것)’ 상황이 길어지고 있어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하기에 부족한 경기 모멘텀과 강화되고 있는 서방의 견제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증시는 닛케이지수가 3만엔선을 상회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고 있지만 일본 중앙은행(BOJ)의 통화정책 전환에 주의해야 한다. 최근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도 물가인상률이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며 수익률 곡선 제어(YCC) 조정을 통한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을 간접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기업 이익 개선 규모를 확인하고 투자해도 늦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워런 버핏의 일본 상사 지분 매입,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반도체 기업의 일본 내 투자 등이 만든 상승 모멘텀에도 일본 기업 이익은 아직 개선 조짐이 없다”며 “기업 이익 반등이 확인되지 않으면 수급 유입의 연속성과 추가 상승은 제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수순인 만큼 추가 상승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 2024년 미국 대선 등으로 변동성은 커질 전망이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경우 미국 기업 이익 전망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유망 업종을 꼽는다면 성장주와 IT, 정부 정책 수혜주 등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는 미국과 중국 경제 상황 영향권 아래에서 무난한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강해지고 있어 삼성전자, SK 등 코스피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이끌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