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원기자
"스타벅스 (찾으러) 왔어? 저기 엘리베이터 타고 3층으로 가요!"
21일 오후 20대 대학생 무리가 연신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경동시장 안을 두리번거리자 상인들이 선뜻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길을 안내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중심부에 문을 연 서울시 동대문구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은 개점한 지 반 년 만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꼭 가봐야 할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옛 극장을 개조해 특이한 인테리어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이 나 평일에도 하루 평균 1500명 이상이 방문을 하고 주말에는 평균 2500명에서 많을 땐 3000명 이상의 고객이 몰릴 정도다. 약 363평 규모로 200여개의 좌석이 마련돼 있는데도, 앉을 자리를 찾으려면 주말엔 1시간 이상씩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주말인 이날도 고객들 간 소리 없는 ‘자리 쟁탈전’은 오후 내내 이어졌다. 특히 매장 전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중앙 계단식 윗부분의 좌석들과 2층의 한쪽 벽면에 마련된 오페라 극장을 연상케 하는 좌석들이 인기가 좋았다.
매장 앞쪽에는 작은 스테이지가 마련돼 매주 금, 토, 일 오후 6시부터 30분간 문화예술 공연을 진행하는데, 마침 기타리스트 이도현씨와 보컬 이예림씨가 낭만적인 재즈 공연을 펼쳐 주말 마지막 밤의 아쉬움을 달래줬다. 대다수의 고객은 눈을 지그시 감고 음악을 감상했고, 공연 무대를 배경으로 연신 사진을 찍는 젊은 고객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은 재래시장 안에 있다 보니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도 많고, 레트로풍의 인테리어와 다양한 전시물 덕분에 젊은 시절 추억을 떠올리는 중장년층 고객들과 어린아이들 고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함께 이곳을 찾는다. 그동안 적막했던 전통시장의 분위기가 이곳 덕분에 살아나면서 중기부로부터 대기업-전통시장 간 상생 사례로 주목받기도 했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부쩍 늘었다. 엔데믹 기조에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늘면서 근처의 동대문, 명동, 경복궁, 서울역, 이태원 등과 지리적, 입지적 요건이 좋아 외국인 관광객들도 방문해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스타벅스 시그니처 음료나 베이커리 제품을 맛보고 텀블러, 머그컵 등 MD제품들을 종종 사 간다는 후문이다.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은 1960년대에 지어진 경동극장의 내부를 살려 카페로 리모델링한 지점이다. 기존 극장의 감성을 그대로 녹여내 웅장함과 안락함이 특징이다. 높은 철재 천정과 목조 구조물이 한데 어우러졌고, 여기에 레트로한 조명 기구들이 곳곳에 배치돼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국에서 가장 넓은 스타벅스 매장인 만큼 그 특성상 주문 메뉴가 나오면 직원들이 육성으로 손님을 호명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만큼 이곳에서는 양쪽 벽면에 빔 프로젝트를 활용해 주문번호를 표시해주는 점이 특이하다. 마치 영화가 끝나면 스크린에 올라오는 엔딩 크레디트처럼 주문한 메뉴가 나오면 주문번호나 닉네임이 밝은 글씨로 표시된다.
음료와 베이커리로 배를 채웠다면 매장 중앙 뒤쪽 문으로 연결된 ‘금성전파사’로 나가 각종 체험공간을 즐길 수도 있다. 이를테면 ‘기분고침 코너’의 금성오락실은 LG OLED의 크고 생생한 화면으로 오락실 게임을 하며 기분전환하는 공간인데, 특히 어린 아이들과 동행한 고객들이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