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비트]'저연차 직원들 사무실 나와야'…재택근무 '신입 교육'[오피스시프트](26)

사무실→집, 공간 변화에 일 배우는 방식 달라져
"재택근무, 멘토링 시간 줄고 성장 도움되는 피드백 감소"
"대면 vs 원격, 방식 아닌 내용이 중요" 평가도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찐비트 속 코너인 '오피스시프트(Office Shift)'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시작된 사무실의 변화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동안 우리가 함께해온 실험을 통해 업무 형태의 답을 모색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매주 토·일요일 오전 여러분 곁으로 찾아갑니다. 40회 연재 후에는 책으로도 읽어보실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와 PwC가 영국에서 코로나19 기간 중 입사한 신입 직원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이달 초 화제가 됐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집에서 온라인으로 교육이 대부분 이뤄지면서 신입 직원이 업무에 필요한 기술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했다는 것이 재교육의 이유였다. 선배 세대와 비교해 사무실에서 추가로 일을 배우지 못해 업무 경험이 미숙하다는 평가였다.

업체들은 코로나19 시기 대학 생활을 보내면서 발표나 회의에서 의견을 내는 등 커뮤니케이션이나 대면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신입 직원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 회의와 관련한 교육을 다시 진행하고 관리자가 2년간 신입사원의 전담 코치를 맡도록 조치키로 했다.

딜로이트 측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신입 사원 대다수가 기업 환경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 혼자 일하는 데 익숙하다"면서 "이전에는 필요하지 않았던 기본적인 전문기술과 업무 능력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신입 직원 교육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일하면서 학교를 떠나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들이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업무 경험을 쌓고 기술을 익혀왔던 과정이 생략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신입 직원이 입사한 직후 일정 기간을 두고 '수습(修習)·견습(見習) 기간'을 거치는데, 사무 공간의 변화로 이들이 업무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 '견습 문화' 월가의 고민…"커리어 쌓는 공간으로 나와라"

재택근무 확산으로 신입 직원 교육에 가장 큰 고민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곳은 월가였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 실무 현장에 나가 실제 업무가 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보조하면서 업무 경험을 쌓는 '견습 문화(apprenticeship culture)'가 인재를 육성하고 확보하는 월가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재택근무가 이를 유지하기 어렵게 했다. 월가가 다른 업계보다도 먼저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서두른 이유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한 행사에서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사무실을 '커리어를 쌓는 공간(Careerland)'이라고 표현했다. 재택근무를 하면 집이 그저 '일하는 공간(Jobland)'이 되지만, 사무실로 나오면 다른 동료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노트북 화면을 통해서는 얻기 어려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모건스탠리뿐 아니라 JP모건, 골드만삭스 등도 상황은 비슷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연차 어린 직원들이 사무실에 나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언급해왔다. 그는 "대부분의 전문가는 견습 모델을 통해 일을 배운다. 줌의 세계에서는 모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하곤 했다. 골드만삭스도 75% 이상의 직원이 MZ세대라면서 견습 문화를 위해 사무실 출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오는 9월부터 주 4일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블랙록 경영진은 "경력 개발은 팀원들 사이에서 '교육하는 순간(teaching moments)이 있을 때 일어난다"면서 이를 위해 사무실에 직원 모두가 모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 "멘토링은 가상보단 대면이" vs "수단이 중요한 게 아냐"

그렇다면 재택근무가 신입 직원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 최근 이와 관련한 연구 보고서 두 건이 공개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확산한 지 3년이 된 현시점에서 교육 측면에 있어서만큼은 재택근무보다는 대면 근무가 유리하다는 내용이었다.

비영리 연구단체 WFH리서치가 재택근무가 가능한 미국 성인 직장인 24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사무실로 출근하는 경우 재택근무자에 비해 다른 직원에 멘토링 하는 시간이 일주일에 40분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멘토링 외에도 사무실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재택·원격근무 근로자보다 자신의 경력 개발 활동에 25%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공식 교육 프로그램에 쓰는 시간도 일주일에 25분 정도 차이가 났다.

WFH리서치를 이끄는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 교수는 "멘토링은 대면으로 할 때 더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원격으로 멘토링이 가능하긴 하지만 세심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게 된다며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에 멘토링과 혁신, 직장 문화를 경험하고, 집에서 일하는 날에는 조용한 환경에서 집중력 높은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구분했다.

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드백이 재택근무를 할 때 신입 직원에게 더 큰 타격을 안겨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탈리아 에마뉘엘 뉴욕연방은행 이코노미스트 등은 미 경제지 포천이 발표하는 500대 기업 명단에 포함된 한 회사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조사했는데, 같은 건물에서 동료들과 함께 일한 엔지니어가 여러 건물에 흩어진 동료들과 일하는 엔지니어에 비해 컴퓨터 코드에 대한 피드백을 23% 더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사무실 문을 닫고 난 뒤에는 이 격차가 17%포인트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입사 초기 피드백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경력 16개월 미만의 '신입 엔지니어(junior engineer)'의 경우 재택근무 이후 피드백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에 비해 선임 엔지니어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마뉘엘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이유로 재택근무 도입 이후 동료들과 한 건물에서 일하던 30세 미만 젊은 엔지니어들의 퇴사율이 크게 올랐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같은 기간 동료들과 한 건물에서 일하던 30세 이상의 엔지니어 퇴사율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 보고서의 제목을 '동료들과 함께하는 힘(The Power Of Proximity to Coworkers)'이라고 붙이면서 "내일을 위한 트레이닝을 할 것인가, 오늘을 위한 생산성을 취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연구 결과를 전하면서 "지도하는 행위가 덜하다는 것이 곧 유연성의 '숨겨진 페널티(hidden penalty)'"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2021년 4월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당시 최근 1년 내 신입 사원으로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 425명을 대상으로 첫 회사 생활을 언택트로 시작한 심경이 어떠냐고 묻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는 답변의 응답률이 30.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소모할 필요는 없어 기뻤다는 답변도 26.4%로 뒤이어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았지만 난감함이 더 크게 다가왔던 셈이다. '일에 적응하는 데 오래 걸렸다'(26.0%), '일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없어 아쉬웠다'(25.6%)는 답변이 3, 4위를 기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얼굴을 마주 보면서 교육을 받는 것이 분명 이점이 있지만 결국 재택근무가 그러하듯 교육도 방식이 아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엘런 에셔 로욜라메리마운트대(LMU) 교수 등은 지난해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쓴 글에서 원격으로 이뤄지는 멘토링이 일정과 위치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하고, 멘토링 과정이 기록에 남아 이를 통해 다시 한번 내용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과도 공유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에셔 교수 등은 "회사에서 우연히 마주쳐서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멘토링해 줄 기회가 적고 비언어적인 뉘앙스를 놓칠 수 있으며, 관계나 신뢰를 구축하는 데 더 큰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원격 멘토링도 신뢰를 구축하고 커뮤니케이션 빈도나 사용 도구를 정하는 등 규칙을 잘 만들어 시행하면 충분히 교육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제2팀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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