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원전수출 공동성명은 사실상 수출금지 메시지'

에너지전환포럼 "한국 원전수출에 대한 美의 경고"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동성명으로 지난 15년간 추진해온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출이 사실상 금지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 정부가 원전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사실상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은 28일 성명을 통해 "한미정상 공동성명에 담긴 '지적 재산권 존중',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 준수'는 한국 원전 수출에 대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미 공동성명에는 '양 정상은 각국의 수출 통제 규정과 지적재산권(지재권)을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IAEA 추가의정서에 일치하는 방식으로 세계적 민간 원자력 협력에 참여하기로 약속한다'는 문장이 포함됐다.

포럼 측은 "지난 2021년 5월 전 문재인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 간 정상 공동성명 발표에서는 본문에 담기지 않고 이른바 팩트시트에만 담겼던 대상이 특정되지 않은 지재권 존중, 원전 수출 대상국의 IAEA 추가의정서 준수 문구가 이번에는 원전협력 관련 요구조건으로 공동성명에 포함됐다"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IAEA 추가의정서는 가입국의 핵활동에 대한 핵사찰을 의무화한 국제 핵비확산체제의 일환"이라면서 "이는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전 수출을 모색해온 한국에게 무모한 원전 수출 시도를 중단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포럼 측은 "지금까지 우라늄농축 권한을 공공연히 주창해온 사우디는 이 추가의정서 가입을 거부해왔고, 미국은 핵확산위험 때문에 사우디와의 원자력협정 체결을 불허해왔다"며 "이번 성명으로 인해 한국이 지난 15년간 추진해온 사우디 원전 수출은 사실상 금지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재권 존중 문구는 더 심각하다. 이미 한미 간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미공동성명의 문구로 원전을 특정해 지재권 존중을 새로이 담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의 폴란드 원전수출 추진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법원에 한수원의 APR-1400 원전은 웨스팅하우스의 시스템80(System 80) 설계에 기반한 기술로 이의 제3국 수출을 제한해달라는 소를 제기한 바 있다.

특히 공동성명이 발표된 27일 패트릭 프래그먼 웨스팅하우스 사장이 바르샤바를 방문해 "우리에게 한국의 (퐁트누프) 원전 사업은 가상의 사업일 뿐 실현 가능한 사업이 아니다. 미국법과 국제법을 어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폴란드에 한국 원전이 절대로 건설될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발언했다.

포럼 측은 "공동성명 본문에 새롭게 담긴 원전 지재권 문구와 웨스팅하우스의 강경 발언은 그 기조가 일치하고 있다"며 "미 정부와 웨스팅하우스 간 사전교감의 흔적이 역력하다"고 평가했다.

포럼 측은 "한전, 가스공사의 천문학적 적자, 요금정상화 등 산적한 문제들을 모두 내팽개친 상태에서 이번 공동성명에 러시아 경제제재 동참까지 선언해 국내 에너지 위기를 점입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정부는 공허한 원전 수출 실적 내기로 행정력 낭비를 중단하고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 위기에 대해 그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산업IT부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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