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근거가 없다'…횡재세 도입 신중론 제기한 국회

'횡재세 도입 논의의 현황과 과제
입법조사처 보고서…"소급 입법"
英 정유사 아닌 채굴사에 횡재세 도입

국내 정유회사와 은행 등에 대한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가운데 기존 세법 체계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횡재세 등을 해외 일부국가에서 도입했지만, 국내와는 사정 등이 다르다는 것이다.

28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횡재세 도입 논의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횡재세 논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횡재세는 기업이 외부효과 등 비정상적으로 이러한 시장 요인으로 부당하고 높은 수익을 올린 부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도입된 세금이다. 현재 유럽연합(EU)과 영국 등에서 도입됐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양경숙 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각각 법인세법 개정안을 내놨으며, 이성만 민주당 의원은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법 등 패키지 형태로 법안을 발의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올해 신년 기자회견 등을 통해 횡재세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월 12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앞에서 진보당 서울시당 관계자들이 '대출금리 인하 및 횡재세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입법조사처는 "횡재세 도입 논의 시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할 부분은 과세 요건과 관련해 과연 어떠한 상태에서 어느 정도가 해당 기업의 초과이익으로 과세할 수 있는지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4단계 초과 누진과세 체계를 갖춘 우리 법인세제 특성상 영업이익 규모가 커질수록 과세 규모고 커지기 때문에, 초과이익을 별도로 부과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과세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영업실적에 대해 과세를 할 경우 소급입법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입법조사처는 "이는 이미 납세의무가 성립한 과세 연도에 대해 소급해 과세하겠다는 것"이라며 "헌법과 관련 세법 규정 등을 감안할 때 입법론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외국과 국내의 사정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먼저 석유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외국의 경우 ‘석유채굴기업’에 부과하는 데 반해 국내에서 논의됐던 대상 기업은 정유기업으로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횡재세를 도입한 영국의 경우 석유 시추 없이 정제만 한 정유기업에 대해서는 횡재세를 부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은행권에 대한 횡재세 도입에 대해서도 입법조사처는 "국내 금융권은 최근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은행과 달리 금융당국의 금리, 수수료 등 전반에 규제 강도가 높아 초과이익 규모가 제한적"이라며 "이미 국내 시중은행은 다른 국제 금융기관에 비해 사회공헌 비율이 훨씬 높다는 반론도 있다"고 전했다.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른 예대마진 등에 대해서는 "대출·예금금리 반영 시차를 달리하는 등 특정한 시기의 예대마진이 이전의 예대마진보다 현격히 상승할 경우에는 마진증가분을 과세표준으로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부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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