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친 묘소가 이른바 '풍수 테러'를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이 대표 선친 묘에 대한 테러로 과거 비슷한 사례들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정치인, 특히 대선주자급 인물의 선친 묘소 테러는 풍수지리 및 미신에 대한 믿음으로 일어나지만, 전·현직 대통령의 묘에 대한 테러는 정치적 이유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 대표는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선친 묘소가 훼손된 사진을 공유하며 "의견을 들어보니, 일종의 흑주술로 무덤 사방 혈 자리에 구멍을 파고 흉물 등을 묻는 의식으로, 무덤의 혈을 막고 후손의 절멸과 패가망신을 저주하는 흉매(또는 양밥)"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공유한 사진 속 선친의 묘는 움푹 패 있으며, 패인 자리에 생(生), 명(明) 등의 한자가 쓰인 돌이 파묻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흉매이지만 함부로 치워서도 안 된다는 어르신들 말씀에 따라 간단한 의식을 치르고 수일 내 제거하기로 했다"며 "저로 인해 저승의 부모님까지 능욕당하시니 죄송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의 선친 묘가 훼손된 것은 조상의 묘 상태가 후손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풍수지리 사상에 근거한 '풍수 테러'로 볼 수 있다. 유력 정치인이나 대선주자의 조상 묘역이 풍수 테러의 대상이 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지난 2021년 5월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조상 묘에 인분과 식칼, 부적, 머리카락 등이 발견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사퇴하고 유력 대권주자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었다.
유력 보수 대선주자였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1999년 풍수 테러의 대상이 됐다. 충남 예산군에 있는 조상 묘 13기 중 7기에서 쇠말뚝 등 금속성 물체가 발견됐다.
조상의 묘가 아닌, 본인 묘 테러도 자주 있는 일이다. 특히 전·현직 대통령들이 이런 테러의 대상이 됐는데, '후손의 기를 꺾으려는' 풍수 테러와 달리 정치적 지향성에 기반한 테러가 대부분이다. 2010년 2월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에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묘소 일부가 불에 탔고, 같은 해 11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에 60대 남성이 인분을 투척해 현장에서 검거됐다.
둘 다 정치적 이유의 테러였다. 추후 김 전 대통령 묘역 방화범은 검거돼 실형을 선고받았고 노 전 대통령 묘소 인분 투척범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박근혜 정권이었던 2016년, 50대 남성에 의해 묘비가 훼손됐다. 또 2019년에는 1000개가 넘는 쇠말뚝이 박 전 대통령 묘소에 박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박 대통령의 묘소에서 쇠말뚝을 1500개나 뽑아내는데도, 조사 한번 하지 않나"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대권주자였던 박원순 고 서울시장의 묘도 지난 2021년 한 20대 남성에 의해 훼손됐다. 그는 무덤을 훼손한 후 스스로 신고했는데, "성추행범으로 나쁜 사람인데 편안하게 누워있는 게 싫었다"고 훼손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