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챗GPT 광풍과 닷컴버블의 기억

"시장 참여자들은 '버블'을 잘 보지 못해요. 터지고 나서야 아, 버블이었구나 하죠."

얼마 전 만난 자본시장업계 관계자와 나눈 '돈 되는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한마디다. 챗GPT로 대표되는 코스닥 시장의 테마주 열풍 때문이다. 올 들어 27일까지 코스닥 시장은 14.85% 올랐다. 코스피 상승률(7.43%)의 두 배 수준이다. 다시 코스닥에도 봄날이 오는 걸까 싶지만 실상을 뜯어보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코스닥 시장의 광풍을 이끈건 챗GPT다. 챗GPT의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코난테크놀로지는 이 기간 무려 415% 급등했다. 문제는 펀더멘털 뒷받침 없이 오로지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점이다. 코난테크놀로지는 지난해 4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244.9배에 이른다. PER가 30~40배 수준인 테슬라보다도 7배나 높은 수준이다.

지금의 코스닥을 지켜보며 2000년대 '닷컴버블'을 떠올렸다면 기우일까. 1996년 미국 나스닥지수가 1300선을 돌파하며 파죽지세로 올랐고, 우리나라에선 코스닥 시장이 출범했다. 이후 새 천년(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첨단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감에 2000년 3월 코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치인 2834.40을 기록했다. 비이성적인 낙관이 시장을 지배했고, 결국 코스닥 지수는 최고치를 기록한 지 불과 한 달 후에 10% 넘게 급락하며 버블 붕괴의 '신호탄'이 올랐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00년 말 코스닥 지수는 525를 기록, 사상 최고치 대비 81.5% 하락하며 마감했다.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종목들도 상장폐지 수순을 밟으며 사라졌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자본시장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닷컴버블 당시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시장에 던진 한마디가 가슴에 무겁게 박힌다. "비이성적 과열이 시장을 지배할 때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증권자본시장부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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