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돌이 빅테크 채용난에 눈물…유학생 피해 더 커

초긴축 빅테크 감원 한파에 인턴십도 취소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 최근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한 에바 시에는 졸지에 고학력 실업자가 됐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인 메타에서 인턴십 도중 해고 통보를 받으면서다. 몇 개월간의 인턴 과정을 수료한 뒤 정규직 전환 심사만을 거치면 정식 입사하는 채용연계형 인턴십 프로그램이었지만,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브롱스 과학고를 거쳐 MIT에서 수학과와 컴퓨터과학과를 복수 전공한 인공지능(AI) 인재로 스펙도 남 못지 않았지만, 빅테크 채용 한파 또한 만만치 않았다. 시에는 "인턴 과정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동기를 포함해 (메타에서 일하던) 모든 인턴들이 해고됐다"며 "실리콘밸리 빅테크 입사만 위해 10년을 달려왔지만, 빅테크 감원 한파에 삶이 목표가 일순간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미국 명문 공대생들이 빅테크 업계의 채용 한파에 눈물짓고 있다. 구글·메타·아마존 등 초긴축 경영에 들어간 빅테크들이 추가 감원에 나서면서 명문대 졸업생들의 취업 통로인 채용 연계형 인턴십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졸업 후 취업 비자로 전환해야 하는 미국에 머무를 수 있는 유학생들은 취업 실패로 추방 위기에 직면하는 등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채용 한파' 美 명문대 졸업반 실업 위기= 뉴욕타임스(NY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만8000명을 대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한 아마존은 올해 인턴 규모를 작년의 절반 이상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마존은 올해 초 1만8000명을 해고하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인력 감축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달 1만2000명을 해고한 구글도 인턴십 채용 규모를 예년 보다 줄일 계획이라고 구글의 인턴십 책임자인 안드레아 플로렌스는 전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빅테크의 채용난에 직장을 구하기 어렵자 타 분야로 전향해 취업 한파를 돌파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의 진로 상담 책임자인 클레어 랄프는 최근 빅테크들의 인력 감축으로 진로를 걱정하는 공대 졸업반들의 상담이 크게 늘고 있다며 이들이 기술 기업이 아닌 의료, 금융 등 타산업으로 전향하려는 추세도 짙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 컴퓨터기술산업협회(CompTIA)의 지난달 채용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기술 분야 구인건수는 26만9000건으로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3월(39만4000건)의 거의 3분의 2에 불과했다.

◆유학생·외국인 근로자들은 추방 위기= 해외에서 온 유학생들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의 타격은 더 컸다. 빅테크에 고용된 대부분의 유학생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은 전문직 취업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를 받고 일해왔다. H-1B 비자를 보유한 이들이 해고될 경우 60일 이내에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고국으로 쫓겨나지 않고 미국에 계속 거주할 수 있다. 특히 빅테크를 비롯한 기술 기업 종사자 중 유학생 등 해외 출신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빅테크 감원 한파의 영향이 컸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민위원회(AIC)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종사자 중 비자 소지자와 영주권자, 시민권 취득자를 합쳐 외국 출신 노동자가 거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소재 미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서의 인턴십이 취소된 한 컴퓨터과학과 전공생은 "다음달 만료되는 H-1B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취업 대신 한 학기 더 연장해 학교에 남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제1팀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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