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석기자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중국 외교 사령탑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자국 풍선을 미국이 정찰 풍선으로 지목하고 격추한 데 대해 '무력 남용'이라며 양국 갈등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중국 외교부는 19일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중미 접촉 상황'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왕이 위원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비공식으로 만나 이른바 비행정 사건과 관련해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둘은 전날(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서 미국 측의 요청으로 만났다.
왕 위원은 "미국의 소행은 전형적인 무력 남용으로 국제관례와 민간항공 규약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중국은 강한 불만과 엄정한 항의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세계 최대 감시 정찰 국가로, 고공 풍선이 여러 차례 불법으로 중국 상공으로 날아왔다"며 "중국을 모독하고 먹칠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해야 할 일은 성의를 보여 무력 남용이 미중 관계에 끼친 손해를 똑바로 보고 해결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기어코 사태를 확대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끝까지 함께할 것이고, 모든 후과는 미국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는 왕 위원이 이날 블링컨 장관을 향해 '개현경장'(改弦更張·방침이나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이라는 성어를 언급한 뒤 "무력 남용이 중미 관계에 끼친 손해를 똑바로 보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왕 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원칙을 견지하고 화해를 권고하고 협상을 촉진하는 등 줄곧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했다"며 "중국과 러시아 관계는 비동맹, 비대항, 제3자를 겨냥하지 않는다는 기초에서 세워진 것으로 양국 주권국가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중러 관계에 대해 미국이 이래라 저러라 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미국은 대국으로써 위기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해야지, 불에 기름을 붓거나 기회를 틈타 이익을 챙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대만 해협의 안정을 수호하려면 대만 독립을 반대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며 "미국은 대만 문제의 역사적 사실을 존중하고 정치적 약속을 지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실제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 4일(현지시간) 자국 영토에 진입한 중국 풍선을 정찰 풍선으로 규정하고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격추했다.
이에 중국은 미국이 기상관측용 민간 무인 비행선을 무력을 사용해 공격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