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요일日문화]해태 닮은 동물…오키나와 '시사' 이야기

오리엔트 사자에서 유래한 전설의 동물

편집자주몸도 마음도 나른한 일요일. 국제부 기자가 일본 문화와 관련한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전해드립니다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요즘 일본으로 여행 가시는 분들 많으시죠. 저는 이번 출장으로 오키나와를 다녀왔습니다. 오키나와는 흔히 생각하는 일본의 느낌과는 다른 이국적인 청취가 강한 곳이죠.

오키나와에서는 가게나 집 앞에 해태와 비슷한 동물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도 같이 간 한국 분들로부터 '저 동물은 뭐야?'라는 질문을 받게 됐는데요. 바로 오키나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전설의 동물, '시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오키나와 한 가정집 담벼락에 놓인 시사.

시사는 오키나와 전설의 동물로, 한마디로 수호신입니다. 그러나 사실 모티브는 사자에서 왔습니다. 시사라는 이름도 사자를 오키나와 방언으로 발음한 것인데요. 이는 산스크리트어로 사자를 부르는 ‘싱하’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학자들은 13~14세기 인도 사자가 실크로드 무역상을 통해 중국을 거쳐 오키나와로 전파된 후 만들어졌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는 오키나와의 전신인 ‘류큐 왕국’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류큐 왕국은 일본 본토와 아예 분리된 독자적인 나라였기 때문에 청나라, 조선과 중계무역을 하며 번성했습니다. 일본 본토보다 대만과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해서, 일본보다 중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요.

이 때문에 시사와 관련된 문화에도 불교의 개념이 많이 녹아있습니다. 보통 시사는 두 마리가 한 쌍을 이루고 있는데, 오른쪽에 위치한 입을 벌린 것이 수컷이고, 왼쪽에 위치해 입을 다문 것이 암컷 시사라고 합니다. 이는 오키나와에 들어온 중국 불교와 음양오행설의 영향 때문이라고 하네요. 또, 입을 벌린 수컷은 악령을 쫓고 입을 다문 암컷은 복을 놓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짝을 지어 놓습니다.

시사도 어디에 놓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궁궐을 지키는 시사, 마을을 지키는 시사, 집을 지키는 시사 등으로 구분되며 특징과 역할도 다르다고 하네요.

슈리성의 궁궐 시사.

‘궁 시사’의 경우에는 류큐 왕국과 관련된 유적지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왕족이나 귀족의 권력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물로 만들어졌는데요. 류큐 왕국 수도에 지어진 슈리성의 문을 지키고 있는 시사도 궁궐에만 놓이는 사자입니다.

마을에서는 재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둔다고 합니다. 실제로 1600년대 기록에 남아있는 이야기가 이를 뒷받침하는데요. 오키나와 한 마을에 화재와 재난이 빈번히 일어나자 풍수지리를 봐주는 도사가 “시사를 만들어 산을 향해 놓아보라”라고 했고, 시사를 갖다 놓으니 더 이상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키나와 가정집 담벼락이나 문에도 시사가 있는데요. 서민 가정집에 시사가 보급된 것은 메이지 시대 이후라고 합니다. 주로 집의 액막이를 위해 설치된다고 합니다.

오키나와 현청 앞 시사.

거리나 가게에서도 보이는 시사는 꼭 제주도 돌하르방 같기도 해서 친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주 공항 돌하르방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썼듯, 오키나와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시사들이 꽤 있었는데요. 돌하르방이 제주 방언으로 ‘혼저옵서예’ 하듯 오키나와 시사도 일본어 대신 오키나와 방언으로 어서 오라는 ‘멘소레’라는 대사로 사람들을 맞고 있었습니다.

사실 오키나와가 일본 본토로 병합되면서, 일본은 류큐 왕국의 역사를 저급한 것으로 보고 시사와 오키나와 방언 등 전통문화를 없애려고 했었습니다. 병합하자마자 류큐 왕을 슈리성에서 바로 내쫓아버리기도 했죠. 당시 궁을 지키던 시사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지금은 관광 마스코트로 길거리마다 시사 열쇠고리 등 기념품을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마냥 귀엽다고 하기에는 어딘가 씁쓸한 심정입니다.

국제2팀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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