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뉴질랜드에서 급류에 떠내려가던 소 20여 마리가 주인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사력을 다해 헤엄친 끝에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와 화제다.
16일(현지시간) 뉴질랜드헤럴드 등 뉴질랜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런 일이 일어난 곳은 지난 14일 호크스 베이 와이파와 지역이다. 당시 뉴질랜드 북섬을 덮친 사이클론 가브리엘로 인해 방목장이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이 때문에 방목장에 있던 23마리의 소들은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에 소 주인인 카일리 매킨타이어는 언덕에 서서 물살을 내려다보며 다급하게 자신만의 고유한 소리로 소를 불렀다.
물이 목까지 차오른 절박한 순간에도 익숙한 주인의 목소리를 들은 소들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일제히 몸을 틀어 헤엄치기 시작했다. 흙탕물 500여m를 헤엄친 끝에 소들은 모두 물 밖으로 나왔다.
소떼와 주인의 감동적인 사연은 이후 소들을 진찰한 와이푸쿠라우 동물병원이 이 이야기를 담은 동영상과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소들은 다시 안전한 곳으로 옮겨지기 전에 검사와 치료를 받았는데, 다섯 마리가 폐렴 증세가 있는 것 외엔 모두 양호한 상태다.
소들을 진찰한 수의사 앤 루푸하-젤링은 "소들이 정말 대단하지 않냐"며 "주인의 격려를 듣고 500m나 수영한 것을 보면 주인은 소들을 사랑하고, 소들은 그를 사랑하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헤럴드는 "소는 놀라울 정도로 수영을 잘하며 조용한 환경에서는 한 번에 몇 킬로미터까지 헤엄칠 수 있다"며 "그러나 일반적으로 불가피하게 수영을 해야 할 때만 수영을 하는 경향이 있고, 해류가 있는 홍수 상황에서는 익사할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뉴질랜드는 지난 12~14일 북섬을 강타한 사이클론 가브리엘로 인해 3명이 숨졌으며,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15일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뉴질랜드 북섬에서는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강풍을 동반한 폭우로 가옥 침수와 파손, 도로 붕괴, 전기 공급 중단 등이 이어졌다.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는 "최근 뉴질랜드에 닥친 기상 사태 중 사이클론 가브리엘이 가장 크고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